대한노인회 충북 보은군지회 “취미로 시작한 뜨개질, 情 잇는 봉사가 됐어요”
대한노인회 충북 보은군지회 “취미로 시작한 뜨개질, 情 잇는 봉사가 됐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11 10:38
  • 호수 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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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충북 보은군지회 취미교실서 뜨개질 배워… 목도리 이웃에 기부

도봉2동 노인들 ‘실로 연결하는 우리 동네’ 봉사단서 나눔 활동

서울 도봉2동 ‘실로 연결하는 우리 동네’ 봉사단이 이웃에게 줄 소품을 뜨개질하고 있다.	사진 제공=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
서울 도봉2동 ‘실로 연결하는 우리 동네’ 봉사단이 이웃에게 줄 소품을 뜨개질하고 있다. 사진 제공=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

2450세대가 살고 있는 서울 도봉구 도봉2동 서원아파트에는 유독 60대 이상 고령자가 많다. 임대동에 거주하는 700세대가 대부분 독거노인인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이 지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헌데 수십 년을 같은 단지에 살면서도 주민 대부분은 서로의 얼굴도 잘 모른 채 서먹하게 지내왔다. 적어도 지난해 11월까지는 그랬다. 도봉2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이 손잡고 ‘실로 연결하는 우리 동네’ 봉사단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봉사단이 손수 뜬 문손잡이 싸개와 수세미를 나눠주면서 단절됐던 이웃 간의 정이 이어진 것이다. 이병숙(58) 협의체위원장은 “뜨개질로 만든 각종 소품을 전달하면서 마을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뜨개질을 배워 만든 모자, 목도리 등을 불우한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노인들의 선행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뜨개질은 짧게는 몇 시간에서 많게는 수십 시간이 들어 초보들의 경우 하나도 완성 못하고 겨울을 나기도 한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어서 체력적이 부족한 노인들에게는 더 벅차지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뜨개질 봉사에 나서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충북 보은군지회 취미교실 어르신들이 대표적이다. 지회에서 운영하는 취미프로그램인 뜨개질 교실을 통해 실 뜨는 법을 배운 어르신들은 7월부터 6개월간 뜬 목도리 18개를 지회에 전달했다. 매주 화요일 10시부터 2시간 동안 꾸준히 배워 완성한 소중한 목도리를 아낌없이 내놓은 것이다. 

이응수 대한노인회 보은군지회장은 “지회 취미교실을 통해 배운 뜨개질로 수강생들이 목도리를 직접 떠 주니 홀로 사는 노인들이 외로움을 크게 덜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원탑경로당 회원들은 8년째 털모자·털목도리 등을 손수 짜서 어려운 이웃에 전하거나 판매 수익금을 기탁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원탑경로당은 최근 지역 면사무소를 찾아가 뜨개질 판매 수익금 34만5000원을 전달했다. 회원 15명이 올해 ‘1경로당 1일감 갖기 사업’으로 1년간 털모자·털목도리·털수세미 등을 곱게 짜서 지난달 27일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22회 노인의 날 기념행사 및 은빛축제’ 행사장에 전시·판매해 마련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회원들은 지난 2011년부터 자체적으로 털실짜기 사업을 추진해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1120여 점을 기증했다.

손미례 원탑경로당 회장은 “회원들이 친목을 나누며 작은 손놀림으로 짠 털모자와 목도리 판매 수익금이 어려운 이웃에 전해져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봉2동 ‘실로 연결하는 우리 동네’ 봉사단의 경우는 좀더 특별하다. 60~80대로 구성된 봉사단 회원들의 대부분이 복지관의 도움을 받던 수혜자에서 도움을 주는 시혜자로 변신한 것이다. 강명자(84) 어르신을 비롯해 회원 대부분은 이웃과 소통하지 않다가 협의체와 서원복지관이 운영하는 ‘징검다리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과 다시 교류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미술과 요리를 배우며 웃음을 되찾은 노인들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품었고 지역협의체와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지난 11월 봉사단을 꾸리게 된다.

봉사단이 뜨개질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지역 내에서 금손으로 통하는 윤정숙(66) 총무와 최남순(71) 위원의 지원이 컸다. 실크 장갑을 직접 뜨는 아르바이트로 내공을 다진 윤 총무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바로 뜰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이런 윤 총무의 지도 아래 뜨개질을 배운 회원들은 서서히 실력을 쌓아갔다. 최 위원은 각종 다과를 제공하고 서먹했던 봉사단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바꿨다.

뜨개질 봉사에 재료비가 꽤 든다. 목도리를 뜰 경우 실 값만 3~4만원이 들정도. 이 문제를 해결한 것도 윤 총무였다. 관련업체에서 일하는 친척을 통해 실을 기부 받아 조달했다. 이렇게 얻은 소중한 실로 뜨개질을 익힌 회원들은 본격적인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1996년 완공된 서원아파트 각 세대 문의 손잡이는 대부분 원형이었다. 겨울이 되면 문손잡이를 돌리다 정전기도 나고 손이 시려 불편했다. 이에 회원들은 아이디어를 내 문손잡이 싸개를 뜨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아크릴실을 이용해 어느 집에서나 활용하는 수세미도 만들었다. 

그렇게 3주 동안 매일 3~4시간씩 뜨개질에 매달린 회원들은 300여개의 문손잡이 싸개와 수세미를 완성했다. 이렇게 완성된 소품을 평소 교류가 없던 이웃 주민들에게 나눠줘 큰 호평을 받았다. 

윤 총무는 “소품을 받은 노인들이 봉사단의 존재를 알게 됐고 참여하고자 문의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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