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편안 제시… 여론 수렴 통해 합리적 개선을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정부,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편안 제시… 여론 수렴 통해 합리적 개선을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1.11 10:45
  • 호수 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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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1년만에 최저임금 결정 제도에 관한 개편안(초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고,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전문가 9명으로 구성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결정해 결정위원회에 제출하면 설정된 구간 안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 이는 구간설정위원회가 노‧사의 협상을 제한하고 전문가의 개입 범위를 확대해 노‧사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결정위원회는 기존처럼 노‧사와 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다만 선정 시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중견‧소상공인 대표가 참여하도록 바뀌고 기존 27명에서 15~21명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 양측과 정부가 각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하고, 노‧사가 순차적으로 3명씩 배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양측에서 편향된 인사를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로 위원회를 구성해 논란의 여지를 없애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근로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기업)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의결하는 방식인데 노‧사간 대립으로 파행이 잦았다. 최저임금제도 도입 후 32번에 걸친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표결 없이 노‧사‧공익위원 합의로 결정한 경우는 7번에 불과했다. 표결로 결정한 25번 중에서도 노‧사 모두 표결에 참석한 것은 8번 밖에 안 되고, 노‧사 중 한쪽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노‧사의 입장 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2016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근로자위원은 최초 요구안으로 79.2% 인상을 제시하고,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제시했다. 큰 격차에 합의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논쟁만 계속됐다. 

이처럼 극심한 노‧사 대립 구도 속에서 결정권을 쥔 것은 공익위원이었다. 최저임금 결정 개편안에는 공익위원 추천 방식도 바뀌게 된다. 9명 모두 정부 추천으로 구성된 공익위원을 국회나 노‧사 양측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행 최저임금 결정기준은 근로자의 생계비와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개편안에서는 근로자의 생활보장, 고용‧경제 상황이 함께 고려된다. 현정부 들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게 기업의 지급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영계에서는 개편안을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 논의 초안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보다 경제적 판단을 강화하고 노‧사‧공익 간 균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하려는 것으로 의미 있는 협의 기초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공익위원 선출 절차 개편 등은 그간 중소기업계가 주장해 온 사항”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개선안은 제도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로자 10명 중 4명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지 못하는 소상공인과 그 외 기업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개편 구조와 내용에 모두 반대했다. 민주노총은 “고용 수준, 경제 상황, 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명시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1986년 말 제정됐다. 그동안 시대 상황이 변했고, 매년 거듭되는 노사의 극한 대결을 지양할 대안이 필요하다.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한국경제의 안정을 위협할 정도에 이른 만큼 정부의 합리적 대안이 국민의 의견수렴을 통해 제도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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