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21] 어떤 약재가 좋은 약재일까
[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 21] 어떤 약재가 좋은 약재일까
  • 권기창 경희미르인당한의원 원장
  • 승인 2019.01.11 13:18
  • 호수 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기창 경희미르인당한의원 원장]

한의대에서도 좋은 약재 감별법을 배웁니다. 하지만 임상을 하면서 뭔가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체질 의학을 하면서 더더욱 좋은 약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몇몇 한의사들과 산과 들이나 전통 시장으로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한약재를 공급하는 제약 회사 몇 군데에 같은 약재를 주문해서 비교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똑같은 처방을 썼는데도 효과에 차이가 났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제약 회사를 달리했더니 효과가 나기는커녕 부작용이 나서, 그 약재를 모두 폐기한 적도 있었습니다. 특히 체질 한약은 처방하는 약재 수가 적어서 좋지 않은 약재의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약재가 좋은 약재일까요?

좋은 약재란 우선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약재를 말합니다. 예전에 산에서 약재를 채취하면서, 산지에 따라 약재의 효능이 크게 다른 것을 확인하고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약재의 효능은 주로 오염이 안 되고 산이 큰 지역일수록 좋았습니다. 즉 같은 약재라도 도시 근처보다는 시골 지역이, 그것도 강원도처럼 산이 크고 인구가 적은 지역일수록 효능이 뛰어났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약초의 생육 상태와는 상관없이 주위 환경이 얼마나 청정한가가 중요했습니다. 

두 번째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자연산 약재가 효능이 훨씬 뛰어납니다. 자연산 약재가 없다면 될 수 있으면 농약이나 비료 없이 자연적으로 재배한 약재가 효능이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급적 자연산 약재나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약재를 쓰고, 이러한 약재를 쓰기 어려운 경우에는 양을 1.5~2배 증량해서 처방합니다. 

세 번째는 유통 단계나 가공 단계를 적게 거친 약재가 훨씬 낫습니다. 유통이나 가공 단계가 많거나 길면 아무래도 보존 중에 방충제 성분이 유입될 수 있고, 보존 기간이 길어져 약효가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생육 상태에 상관없이 수입 약재보다는 국산 약재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약재의 모양과 상관없이 국산 약재를 선호합니다. 

이렇게 좋은 약재를 쓰면서 체질 처방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기존의 체질 의학에서는 백작약을 소음인에게 처방합니다. 그런데 좋은 백작약을 구해 써도, 심지어 직접 생백작약을 구해 말려서 써 봐도 소음인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백작약은 복통을 다스리는 약인데, 오히려 복통이 생기거나 설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시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백작약은 몸통이 굵은 편인 태양인에게 잘 맞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약재를 쓰다 보니 약효가 강하게 나타났고, 그러다 보니 어떤 약재는 약재의 문제가 아니라 체질 분류의 문제임을 확신할 수 있게 되어, 많은 약재의 체질 분류를 다시 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한의사들이 읽어주는 한의학/맑은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