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하루를 마감합니다
[디카시 산책] 하루를 마감합니다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9.01.11 13:44
  • 호수 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를 마감합니다

노을이 점점 붉어지니 

하루살이 날갯짓이 더욱 빨라지네

**

노을이 빠르게 저녁을 몰아오면 하루는 서둘러 마감을 시작한다. 내일이 있는 목숨들은 집으로 가지만 하루살이에게 저 어둠은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이다. 그러니 그 날갯짓은 얼마나 더 격렬해질까. 

붉은 하늘과 지상의 어둠이 대비된 가운데 하루살이의 눈동자 같은 자동차 불빛들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오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목숨을 위무하는 저 붉은 만장. 여름의 매미는 가을을 모르고 아침 이슬은 한낮의 태양을 볼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여름의 매미 같고 아침이슬 같이 살고 있다. 매일 매일을 마감하고 한 달을 마감하고 한 해를 마감하면서도 매순간을 잊고 산다. 내일이 지나가면 또 내일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한 번 마감된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리고 내일은 영원한 내일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살아야 한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