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우리마을돌봄단, 은둔형 독거노인 해법으로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
서울시 우리마을돌봄단, 은둔형 독거노인 해법으로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18 10:49
  • 호수 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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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사귄 친구 덕에 즐거움 되찾았어요”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 ‘우리마을 돌봄단’ 등 말벗 만들어줘 고독사‧자살 예방

운둔형 독거노인의 외로움 해소와 고독사 예방 해법으로 친구만들기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 우리동네 돌봄단과 대상 어르신이 가을 소풍을 함께 가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은둔형 독거노인의 외로움 해소와 고독사 예방 해법으로 친구만들기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노원구 우리동네 돌봄단과 대상 어르신이 가을 소풍을 함께 가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창우(가명‧66) 씨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혼자 외롭게 살다 수개월간 계속된 실직과 췌장암까지 걸리며 삶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다. 김 씨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박병희(가명‧72) 어르신도 알콜의존 및 저장강박증으로 매우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하지만 최근 희망 없이 살아가던 두 사람이 웃음을 되찾았다. 지난해부터 말벗이 돼준 ‘우리동네 돌봄단’의 도움을 받아 의료비등 각종 지원을 받게 된 것.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새로 사귄 친구 덕분에 살아갈 이유가 생겼어요.” 

최근 고독사 위험이 높은 은둔형 독거노인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방법으로 일명 ‘친구 만들기’가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80개 노인복지관 및 사회복지관을 통해 추진하는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을 비롯해 서울시의 ‘우리마을 돌봄단’ 등이 실제로 효과를 보면서 호평을 받고 있다. 

먼저 우리동네 돌봄단은 지난해 시범운영을 거쳐 올해 은평, 노원, 금천, 동작 등 10개 자치구 136개 동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돌봄단은 홀몸어르신, 한부모가정, 장애인 등 지역 내 돌봄이 필요한 가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고독사를 예방하고, 위기상황 발생 시 동주민센터에 연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돌봄단은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지역에 3년 이상 거주해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로 구성했다. 이들은 월 48시간 주 3일 활동하며 1일 4시간 내에서 이웃을 살핀다. 일회성에 그치는 봉사가 아닌 돌봄 가정에 대한 책무를 갖도록 하기 위해 매월 실비보상 성격으로 22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어르신들을 구조해내기도 했다. 술을 마시고 크게 다친 채 집에 방치된 어르신을 발견, 병원 치료를 받게 하기도 했고 농약을 마시겠다며 자살 소동을 벌인 어르신과도 말벗이 돼 사회활동을 하도록 이끌었다.   

박동석 서울시 지역돌봄복지과장은 “이웃과 교류가 단절된 채 외롭게 지내던 어르신들이 돌봄단을 사귀면서 밝아졌다”면서 “지역 주민끼리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독거노인 간 자조(自助) 모임을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 서울 강동구는 지난해 ‘행복을 만드는 아름다운 동행’ 사업을 진행해 독거노인 155명이 참여한 12개의 자조모임을 만들었다. 고독감과 우울감이 높아 주로 집에만 머무는 홀몸노인들이 스스로 친구를 만들고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

모임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부채 만들기, 음식 만들기, 우리 마을 나들이, 화분 가꾸기 등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정해 경험을 공유하며 한 달에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등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양재웅(가명‧80) 어르신은 “쫓기듯 이사 와서 아는 사람 없이 외롭게 지냈는데 동네 친구를 만들어 줘 서로 연락하고 모임에도 나가며 위안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독거노인 친구만들기 사업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1명 이상의 친구를 만들어줘 우울증 경감, 고독사 및 자살을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2014년부터 시작됐다. 은둔형 고독사위험군, 활동제한형 자살위험군, 우울형 자살위험군 등 3집단으로 분류해 개인별 사례관리, 우울증 진단 및 투약, 집단치료, 집단활동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슷한 처지의 독거노인이 함께 지내며 요리교실, 문화체험, 건강 프로그램 등을 경험하며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도록 도운 것이다.

효과도 크다. 복지부가 지난해 사업 참여자 2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친구 수는 0.57명에서 1.65명으로 증가하고 자살 생각(38점 만점)은 18.26점에서 9.94점으로 줄어들었다. 일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원봉사활동 및 노인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마음을 터놓고 기댈 수 있는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삶에 대한 의욕을 되살아나게 하며, 치매예방, 고독사 및 자살 방지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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