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커니
뒷모습만으로 풍경이 될 때
판화 한 점을 완성한다
‘그 모든 기다림’
무너지고 있는 지붕 위에서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모든 신경이 한 곳만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내 몸의 모든 감각을 깨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그런 시간. 그러나 약속 없는 기다림이란 너무나 일방적이어서 와야 할 사람은 기다리는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다. 언제 올지 모르고, 오긴 오는 걸까 계속해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얼마나 아픈가.
자식들 다 떠나고 혼자 사는 어르신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온기를 잃어가는 집은 무너지고 있다. 사람의 온기가 그 집을 떠받치는 대들보라는데 명절에나 우르르 몰려왔다 후다닥 가버리는 손님 같은 자식들은 제 살기 바빠 부모의 안부를 챙길 여유가 없다. 이래저래 모두가 팍팍한 삶이다. 저 뒷모습이 앞을 향해 활짝 웃을 날을 기대해 본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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