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마지막 공주의 친필 미국서 환수…덕온공주 ‘자경전기’ 등 한글자료 68점 돌아와
조선 마지막 공주의 친필 미국서 환수…덕온공주 ‘자경전기’ 등 한글자료 68점 돌아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1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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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22대 왕 정조는 1777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위해 창경궁 양화당 옆 작은 언덕에 전각을 지었다. 전각에는 자전(慈殿·임금의 어머니)의 장수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자경전(慈慶殿)으로 이름 붙였다. 

정조 아들 순조는 1808년 효의왕후(정조 비) 명을 받들어 자경전 유래를 설명하는 ‘자경전기’(慈慶殿記)를 지었다. 이후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 태어난 막내딸 덕온공주 또한 어머니 명에 따라 한문으로 된 ‘자경전기’를 한글로 옮겨 썼다. 원문에 토를 달아 한글로 쓰고, 이어서 우리말 번역문을 적었다.

조선 마지막 공주(정실 왕비가 낳은 딸) 덕온공주(1822∼1844)가 남긴 ‘자경전기’(사진)가 국내에 돌아왔다. 문화재청은 ‘자경전기’를 비롯해 덕온공주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온 한글자료 68점을 지난해 11월 미국에 사는 후손으로부터 매입해 1월 16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공개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국립한글박물관이 협력해 환수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는 덕온공주와 양자 윤용구, 손녀 윤백영(1888∼1986) 등 왕실 부마 집안에서 3대에 걸쳐 전해진 책, 편지, 서예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가장 돋보이는 유물은 단아한 궁서체로 쓰인 ‘자경전기’다. 덕온공주 어머니 순원왕후 글씨와 대조시 결구, 획 흐름 등이 흡사한 점과 윤백영이 서책 마지막에 ‘덕온공주가 어머니 명을 받들어 직접 쓴 글’이라는 내용의 메모를 남긴 것은 공주 친필이라는 점에 설득력을 더한다. 글씨는 빼어나지만, 같은 글자를 반복해 쓰는 등 잘못 쓴 흔적도 보인다.

덕온공주가 규훈(閨訓·여성이 지켜야 할 덕목과 예절을 소개한 수신서)을 한글로 번역한 서책 일부도 이번 자료에 포함됐다.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편지와 신정왕후(추존왕 익종 비), 명헌왕후(헌종 계비), 철인왕후(철종 비), 명성황후(고종 비) 등이 직접 쓰거나 상궁이 대필해 덕온공주 집안에 보낸 한글편지도 함께 돌아왔다.

박물관은 덕온공주 집안의 유물을 소개하는 기획전 개최와 소장자료 총서 발간 등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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