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6주년 맞은 서울 ‘시민청’, 시니어들의 새 놀이터로
개관 6주년 맞은 서울 ‘시민청’, 시니어들의 새 놀이터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18 14:04
  • 호수 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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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많고 공기도 쾌적해 친구 만나기 딱 좋아요”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1~2층에 조성… 기네스북 오른 수직정원 신기

병기제조창 군기시유적도… 소규모 콘서트도 열려 하루 6000명 방문

2013년 1월 개관한 시민청이 탑공공원과 함께 시니어들의 대표 놀이터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시민들이 시민청의 명물이 된 수직정원을 관람하는 모습.
2013년 1월 개관한 시민청이 탑공공원과 함께 시니어들의 대표 놀이터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시민들이 시민청의 명물이 된 수직정원을 관람하는 모습.

“미세먼지가 심해져서 이제는 탑골공원 대신 시민청에서 친구들을 만나요.”

지난 1월 11일 서울 중구 시민청에서 만난 이세구(72) 어르신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 주에 많게는 2~3회씩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는데 지난해부터 장소를 시민청으로 옮겼다고 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쉴 공간도 많아 노인들에겐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어르신은 “1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열려서 매번 올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3년 1월 개관해 노년 세대를 비롯한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떠오른 시민청이 개관 6주년을 맞았다. 시민청은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1·2층에 마련된 공간으로 하루 평균 60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다.

시민청에 들어서면 커다란 귀 모양의 현판이 제일 먼저 반긴다. 시민청의 ‘청’은 ‘관청 청(廳)’이 아닌 ‘들을 청(聽)’자를 사용해 ‘경청의 마당’으로 활용한다는 취지를 담았다.

로비로 들어서면 기네스북에도 오른 수직정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직각으로 올라가는 기본 벽에 U자 형의 식생틀을 설치했고, 식생틀 하부에는 배수구가 있어서 모든 식생틀의 산소와 물을 순환시킨다. 높이는 28m로 건물 7층까지 다다르며 스킨답터스, 산호수 등 14종, 약 6만5000본의 식물이 살아가고 있다. 수직정원이 내뿜어주는 산소와 음이온으로 실내 공기를 깨끗이 해주며, 포름알데히드, 휘발성 유기화합물, 이산화황, 미세먼지 등을 제거해주는 효과를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온도와 습도 등 미세한 기후 조절은 물론 로비 등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삼켜버리는 역할도 한다. 

지하 1층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군기시유적전시실’. 조선시대 병기 제조를 담당하던 ‘​군기시(軍器寺)’​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신청사 건립 과정에서 발굴됐고  여기서 발견된 조선시대 화포인 불랑기자포(보물861-2호)를 비롯한 총통, 철환 같은 무기류뿐 아니라 백자와 동전, 기와 같은 생활용품들도 구경할 수 있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불랑기자포다. 서양에서 쓰이던 대포가 명나라로 들어오면서 ‘불랑기포’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그 이름 그대로 조선과 일본까지 전해진 것이다. 불랑기(佛狼機)는 게르만족의 한 갈래인 프랑크(Frank)족을 음차한 것인데, 당시 이 대포를 전해준 포르투갈인들을 중국에서는 ‘불랑기’라고 불렀단다. 불랑기포는 발사틀 역할을 하는 모포(母砲)와 실탄을 장전한 후 모포에 넣는 자포(子砲)로 나뉘는데, 군기시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은 자포였다. 

군기시유적전시실 옆에는 소규모 콘서트나 만남의 광장 등으로 활용되는 ‘활짝라운지’가 있다.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평일 오후 12시부터 1시까지 1시간(주말 오후 12시·1시·3시·4시)동안 활력콘서트를 진행한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시민예술가들은 조금 투박하지만 바쁜 일상에 지친 시민과 여행객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제공하기 위해 음악·연극·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친다. 

이웃한 ‘소리갤러리’는 점심시간 아이들의 웃음소리, 노량진 수산시장의 경매 소리 등 다양한 소리로 귀를 정화하는 곳이다. 청계천에서 진행됐던 시민발언대도 이곳으로 옮겨 운영되고 있다. 천장(45대)과 담벼락(66대)에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시민 미소 영상과 시민참여 동영상 등을 볼 수 있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공정무역제품을 전시·판매하는 ‘공정무역가게 지구마을’은 커피와 초콜릿 등을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재개발 국가의 농민과 노동자, 생산자들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동티모르, 캄보디아, 네팔 등에서 생산된 세계 공정무역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블랙티·얼그레이·마살라차이 등 차를 비롯해 생두·원두·드립백·티백·커피믹스 등 커피, 유기농 설탕·초콜릿·올리브유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살 수 있다. 커피를 마시면 판매 수익 일부가 커피 노동자들에게 기부된다. 또한 톡톡디자인가게와 북스토어에서는 사회적기업이 만든 다양한 상품과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서적, 공정무역 제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지하 2층은 2269㎡(687평)의 규모로 ‘태평홀’, ‘워크숍룸’, ‘바스락홀’, ‘이벤트홀’ 등 주로 시상식‧발표회‧결혼식‧워크숍 등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가능한 6개의 다목적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바스락홀은 바스락 거리는 낙엽소리처럼 시민의 작은 소리까지 듣겠다는 서울시의 소통에 대한 의지를 담은 공연장이다. 각종 음향, 조명, 영상시설을 갖추고 있어 연극이나 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의 시민활동이 가능하다. 

‘태평홀’은 구청사의 태평홀을 그대로 복원한 공간으로 시민청 결혼식을 비롯한 행사를 진행한다. 서울시는 태평홀의 결혼식 비용을 500만원 수준으로 낮춰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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