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주 대한노인회 충북 청주 상당서원구지회장 “경로당 매일 찾는 행복나누미가 경로당 관리에 도움 줘”
권영주 대한노인회 충북 청주 상당서원구지회장 “경로당 매일 찾는 행복나누미가 경로당 관리에 도움 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1.25 11:32
  • 호수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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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시의 협조로 분회 활동비 지원… 월 15~35만원 차등지급

공무원 연금 떼 내 이웃 도와… 3년간 총 3000만원 기부

대한노인회의 지회장들은 분회장, 경로당 회장의 활동비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막대한 예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 청주시상당서원구지회는 시의 협조를 얻어 이 두 가지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고 있다. 권영주(82) 청주시상당서원구지회장은 “경로당 회장, 분회장을 해봐서 잘 알기 때문에 취임 직후부터 이 문제에 매달렸다. 그 결과 시의 협조를 받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초 청주시 상당구 남사로에 위치한 청주시지회 회관에서 만나 활동비 지원 현황과 지회 운영을 들었다.

-청주시는 어떤 도시인가.

“충절과 교육의 도시로 전국에서 초·중·고, 대학교 수가 가장 많다. 삼국시대에 이곳이 접경 지역이라 낮에는 백제, 저녁에는 신라 땅이 되기도 했다. 살아남기 위해선 자기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습성이 지금도 좀 남아 있는 것 같다(웃음).” 

2014년 청주와 청원이 통합되면서 청주시는 상당·서원·흥덕·청원구 등 4개 구로 나뉘었다. 2개 구에 하나씩 노인회가 세워졌다. 청주시상당서원구지회라는 긴 이름이 붙은 배경이다. 상당서원구 전체 인구는 38만8000여명, 노인은 5만여명이다. 상당서원구지회는 24개 분회, 497개 경로당이 있다. 대한노인회 회원은 2만9000여명이다. 

권 지회장은 두 도시가 통합될 때 청주시지회장을 역임했다. 분구 이후 청주시상당서원구지회장에 취임했고 지난해 7월, 연임됐다.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겠다.

“청원군의 200여개 경로당이 우리 지회에 편입되면서 기존의 경로당과 운영, 내용면에서 많이 달라 무척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이것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정착시키는데 2년이나 걸렸다.”  

-회원은 늘고 있는지.

“다만 몇 명이라도 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특별회원, 특별단체를 두었다. 시장, 시의회 의장, 상당경찰서장, 종합병원 이사장, 국회의원 등 지회에 직접적으로 협조를 해주는 기관 단체장을 특별회원으로 영입했다. 회원 1500여명을 둔 남북통일국민연합 충북지부와 협약을 맺어 특별단체로 만들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다.”

-500개에 달하는 경로당 관리가 어려울 텐데.

“충북도의 특수시책 가운데 ‘9988 행복나누미’가 있다. 경로당을 순회하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사들을 말한다. 매일 경로당을 방문하는 이분들이 경로당 분위기를 누구보다 빨리, 잘 알고 있다. 이분들을 통해 경로당 근황을 전해 듣는다. 분회장은 물론 사무국장과 경로1부장도 수시로 경로당 점검에 나선다.”  

-분회 활동비는 어떻게 가능했나.

“저도 분회장 해봐서 느끼는 문제지만 빈손으로 경로당 찾아가기가 미안하다. 여름에 수박 한 덩어리라도 사들고 가야 환영 받지 안 그런가. 취임 초부터 청주시장을 찾아가 이 부분을 해결해 달라고 부탁을 드린 결과, 예산 지원이 이루어졌다. 분회를 4등급으로 나누어 15만~35만원의 활동비를 차등지급하고 있다. 30개 이상 되는 경로당을 둔 분회는 월 35만원이 지급된다. 

권영주 청주시상당서원구지회장이 지회 건물 앞에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권영주 청주시상당서원구지회장이 지회 건물 앞에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했다.

권영주 지회장은 이어 “분회장 개인에게가 아니라 분회에 지원하는 것이며 올해부터 도비로 지급되는 분회장 활동비와는 다른 성격의 지원”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올해부터 도 전체 지회에 분회장 활동비(월 10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우수 경로당 얘기는 무언가.

“전체 경로당에 활동비 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경로당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연말에 모범적으로 운영한 경로당을 10% 뽑아 포상금(총 500만원)을 주자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지난해부터 시상하고 있다.”

-선정 기준은 무언가.

“회원을 최소 20명 확보했는가, 지회와 분회의 추진사업을 잘 수행하는가 그리고 회원 간 분위기가 화목한지를 살핀다. 각종 서류 정비 상태가 양호한지도 보고.”

-경로당 운영비는.

“제가 지회장 되면서 운영비를 두 차례 올려 현재 13만원이다.”

-경로당활성화를 위한 특수 사업이라면.

“공무원이나 보조금 정산을 제대로 하는 건 노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지회가 난방비 정산을 도와준다. 경로당마다 전기·가스·석유 등 난방 유형이 제각각이다. 지회가 각 에너지 회사들과 접촉해 지회에서 직접 난방비를 지급해준다.”  

권영주 지회장은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청주대 행정대학원을 수료했다. 충북도 관광과장, 사회과장, 새마을과장, 감사과장, 청주시 초대 흥덕구청장 등 34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공무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일은.

“공무원 하면서 제 신조가 ‘역지사지’였다. 민원인의 입장에서 안내하고 도움을 주려 했다. 감사과장 시절 불법건축물 신고가 들어왔다. 출장을 나가 현장을 확인해보니 불법건축물이 틀림없었다. 출장보고서에 건축법 위반조항까지 포함해 공장 현황, 창고를 짓게 된 이유 등을 상세히 적어 위에 보고했다. 당시 이원종 충북도지사께서 월례회의 때 직원들에게 보고서를 거론하며 법을 지켜야 하지만 법 적용에 융통성을 기해야 한다고 칭찬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퇴직 후 지인의 권유로 집 근처 경로당을 나갔다. 경로당 회장이 얼마 후 그만 두고 그 자리를 맡아 4년간 하면서 노인들이 찾아오는 경로당을 만들었다. 지역 유지의 기부금과 시내 시티투어를 활용해 청남대, 미원면 수목원 등을 관광시켜주자 노인들이 아주 좋아했다. 입소문이 나 먼 곳에서도 우리 경로당을 찾아오더라.”

권 지회장은 2016년부터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소년소녀가장(2016년), 장학금(2017년), ‘초록우산’(2018년)에 1000만원씩 총 3000만원을 기부했다. 공무원 출신이 어디서 그런 거액이 나올까. 

권영주 지회장은 “26평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이다. 제가 커온 과정이 가시밭길이어서 힘들게 사는 이웃을 보면 눈물이 나서 못 본다. 공무원 연금 중 100만원씩 떼 내 저축을 하면 가능하다. 덜 쓰고 꼭 필요한 데만 쓰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일은.

“현재 전체 경로당의 20%에 지원되는 급식도우미를 전 경로당으로 확대하는 것과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 그리고 실버아파트 건립이다. 흥덕구청장(1995년) 시절, 단독주택을 임대해 노인 7~8명이 공동생활 하는 ‘어르신공동생활집’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당시 보건사회부에서 현장 시찰 나와 전국으로 확대하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가의 복지시책 일환으로 지어 노인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거주토록 해야 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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