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체육계 카르텔은 사라져야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체육계 카르텔은 사라져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25 14:02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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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보다는 사생활로 더 유명해진 홍상수 감독의 2015년 작품 제목이다. 영화 내용을 떠나서 제목이 현재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 제목의 앞과 뒤를 바꾸면 2019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정확히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친구가 ‘박찬호가 어떻게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왔냐’고 물어왔다. 엄밀히 말해서 박찬호는 한양대 경영학과 2학년 재학시절 중퇴 후 메이저리그로 향했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니라고 지적해주며 그 당시 체육특기생은 학과를 골라서 갈 수 있었던 것을 알려줬다. 당시 대학교는 학교를 알리기 위한 최고의 방법으로 운동 유망주를 데려오기 위해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 

이 때문에 1990년대 중반 야구, 축구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누렸던 ‘농구대잔치’에서 활약한 연세대, 고려대 출신 선수 중 상당수가 ‘법학과’ 등 상위 1% 학생만 들어갈 수 있는 학과를 나왔다. 다른 대학도 비슷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점이 지적됐고 현재는 체육교육학과 등 운동 관련학과로만 갈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용인됐지만 시대의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바뀐 것들 말이다. 대표적으로 여권신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정 내 역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남성 어르신들은 어려서부터 부엌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해 대부분이 요리 등 집안일에 서툴다. 이런 풍토는 현재 50대까지도 이어졌지만 맞벌이가 많은 40대로 접어들면 이야기가 달리진다. 남자도 당연히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요리, 청소, 빨래는 여자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간 비난을 받기 쉽다.

애초에 처음부터 틀린 것들도 있다. 현재 체육계에서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성폭력과 폭행 문제가 그것이다.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당연히 틀리다. 소위 비인기종목들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엘리트 스포츠로 육성된다. 유망주를 선수촌으로 모아 전담코치를 붙여 합숙을 시킨다. 즉, 폐쇄적이어서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바깥에 온전히 알려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특히 악질적이다. 

김경두 일가가 주요 자리를 다 차지했던 ‘컬링협회’ 문제에서 드러났듯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는 유독 권력자를 중심으로 패거리를 형성하는, 일명 카르텔(공동이익을 위한 담합) 문화가 강하다. 성폭력이나 폭행의 피해자가 되더라도 선수생활을 계속하려면 참아야 한다. 

언제까지 체육계 카르텔의 파렴치한 행각을 두고만 봐야 하나. 특단의 조치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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