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한국이 ‘낙동강 오리알’이 안 되려면
[백세시대 / 세상읽기] 한국이 ‘낙동강 오리알’이 안 되려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1.25 14:05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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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한국 제외하고 일본·인도·호주와 ‘4자 동맹’ 맺어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새로운 국제안보협력구도가 존재한다. 인도-태평양 개념은 아베 일본 수상이 2007년 인도 의회 연설에서 사용한 말로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을 잇는 ‘민주·안보 다이아몬드 국가 간의 협력’을 말한다. 이 나라들을 선으로 연결하면 다이아몬드가 그려진다. 우리나라는 여기서 빠졌다.  인도는 이 전략을 대단히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지난 1월 10일,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인도 정부 주관 하에 올해로 벌써 네 번째 ‘라이시나 대화’가 열렸다. 바로 인도-태평양 시대를 준비하며 협력을 다지는 자리다. 

미국도 이 지역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초 국가국방전략서에 지역개념으로서 인도-태평양을 공식화하면서 대 아시아 안보국방 전략의 최대 관심 지역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건 미국의 최대 관심지역에서 제외됐다는 반증이다. 국제무대에선 이 네 나라간 안보협력을 ‘4자 동맹’(Quad alliance)이라고 부른다. 

미국은 지금까지 동아시아에서 ‘축-바큇살(hub-spoke)’ 전략을 펴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바큇살처럼 한국·일본·대만·호주·싱가포르 등 우방국과 양자동맹을 맺어 중국 세력의 확장과 러시아의 아시아 진출을 억제하려는 전략이다. 

그랬던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태평양 전략을 들고 나와 아시아 안보 구도가 바탕부터 뒤바뀌어 4개 동맹국을 잇는 새 안보 축이 떠오른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 대접 받던 한국은 졸지에 안보 변방으로 전락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의 안보·국방을 위협하는 건 이 뿐이 아니다. 북한의 핵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다. 그 핵을 미국 본토까지 실어올 운반수단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위협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도록 할 정책수단이 힘을 잃으면 미국으로선 ICBM 제거가 급선무이다. 이 목적을 위해서 미국은 대신 북의 핵 시설 보유를 묵인할 수도 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북한의 향후 핵무기 개발 중단, ICBM 폐기에 대한 대가로 북한 체제 보장이 이루어지고 그것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지는 그림이 그려진다면  대한민국은 동맹으로서 미국을 상실한 상태에서 핵을 보유한 북한을 상대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일본도 더 기댈 수 있는 우방국이 아니다. 트럼프 정권이 북한과 졸속으로 합의했을 때 일본이 반대급부로 미국에서 무엇을 얻어내려 하는지 보여주는 여론 전략이 있다. 트럼프 당선 직후 일본의 한 언론은 이런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은 오랜 소원을 성취하기에 지금보다 좋은 때는 없다. 트럼프 당선이 내각을 구성하고 유엔에 대한 일본의 공헌역사가 60년을 넘은 지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를 얻어낼 절호의 기회이다’. 이 기사가 현실이 된다면 한국은 북핵 위협이 여전한 가운데 새로운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이웃국가로 둬야할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아베 정권이 최근 동해 상에서 한·일 간에 벌어진 레이더 갈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는 한국과 사이가 나빠야 북미 협상 이후 한국을 희생양 삼아 미국으로부터 더 큰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해왔다. 한국이 아닌 자신들의 안보 때문이다. 일본으로선 대한해협이 북한을 상대할 최전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랬던 일본이 이제는 주한미군 철수를 가정해놓고 일본의 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경우가 늘었다. 

북한이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받고 일본은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외교무대를 좌지우지하는 가운데 한국에서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미국은 한국을 동아시아의 안보전략에서 제외하는 날이 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되지 않도록 정신 바싹 차리고 안보·국방·외교에 혼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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