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금요칼럼] 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고 있나?
[백세시대 / 금요칼럼] 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고 있나?
  • 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9.01.25 14:19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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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4苦로 인한 노후의 어려움

연령주의, 비노인층의 무관심이 

장수를 오히려 두렵게 해

2019년 황금돼지해에는 

장수리스크 극복하는 해 되기를

장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의 가장 큰 소원이다. 인류 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복지 제도 등을 만들어 발전시켜 온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는 장수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장수를 위한 개인적 및 사회적 노력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어 100세까지의 생존 가능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인류 사회가 가장 큰 소원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장수는 인류사회 발전의 위대한 결과이고 축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대 들어 수명이 급속히 연장되면서 지난 10여년 사이 재무적(경제적) 면에서 노후설계나 은퇴설계를 말하는 사람들은 ‘장수 리스크’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장수를 ‘위험(risk)’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즉 장수 리스크는 장수하게 됨에 따라 충분한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제적 어려움에 초점을 두고 말하지만 장수는 인생의 경제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 행복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나 재앙이 되고 있다. 인류사회가 추구해 온 장수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수사회에서 장수가 위험과 재앙이 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모순이고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왜 장수가 그렇게 위험요인이나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생각해 본다면 크게 4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원인은 노후 생활의 어려움이다. 60세 이후 긴 여생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4종류의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1) 경제적 어려움, (2) 다양한 만성질병과 장애로 돌봄을 받으면서 오래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 (3) 할 일이나 역할이 없는 어려움, (4) 가족, 이웃, 친구, 동료와 같이 대화하며 정을 나누고 즐길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들어 소외감과 고독감이 깊어지고 자존감도 손상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원인은 연령주의다. 젊은이들은 노화(老化; 나이 들어감)를 두려워하고 노인과 관련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하고, 또한 노화와 노인에 대해서도 편견과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생산성과 창의성을 나이로만 판단하고 차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이 노화와 노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것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전문용어로는 연령주의(ageism)라 한다.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고 60세 이후 30~40년을 더 살게 될 텐데 장래의 자기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로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연령주의 역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연령주의는 젊은 층에만 아니라 노년층에도 상당히 나타나고 있는데 학력, 정치적, 사회적 또는 경제적 지위가 높은 노년층 사람들 중에는 자기들은 나이가 70, 80 이상이 되어도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처지가 다른 같은 나이의 노년층 사람들은 노인으로 보고, 연령적으로 동료의식을 거의 가지지 못하고 노인문제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셋째 원인은 비노인층이 고령화로 사회적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노인층은 장수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나이 많아 생산활동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오래 살게 되면 사회에 부담을 안겨 줄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비노인층은 장수로 인해 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노인이 많아지는 사회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노인의 어려움 해결에 적극적이지 못하므로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한 숙제로 남아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이유는 젊은이들이나 비노년층은 장수의 의미와 결과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대책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장수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정작 장수하는 것 자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청년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중년기 사람들도 “노후는 먼 훗날 일”이라 생각하고 별다른 대책을 세우려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후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또한 “나는 늙지 않고 오랫동안 청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라는 기대와 환상에 젖어 노후를 깊이 있게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중년기를 지나 어느덧 노년기에 도달하면 노년기 30~40년의 긴 시간을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후회하고 엄청난 부담을 느끼게 된다.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의 해를 맞아 우리 사회의 모든 노인층의 생활이 더욱 풍부해지고, 비노인층이 노인층과 함께 하면서 노년을 더 잘 이해하고 대비함으로써 장수가 진정한 축복이 되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되기를 소원해 본다. 단순한 생명 연장의 재앙과 두려움의 ‘100세시대’가 아닌 진정한 축복과 건강과 행복의 100세시대는 무엇보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나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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