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설날 세시풍속… 알아두면 좋은 쓸만한 잡학
[설 특집] 설날 세시풍속… 알아두면 좋은 쓸만한 잡학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1.25 14:32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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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이들 ‘때때옷’엔 “꽃길 걸어라”는 소망 담겨

[백세시대=김순근기자]

설날 떡국에는 ‘무병장수’ 기원 담겨… 복조리는 액을 걸러내려 걸어

조선시대엔 세뱃돈 대신 덕담 건네… 세뱃돈은 일제강점기 유입 추정 

설날 아침이 되면 설빔으로 차려입고 차례를 지냈다. 차례를 지낸 후에는 집안에서 항렬순위에 따라서 차례로 세배를 하고 다음으로 일가친척 중 항렬이 높고 나이가 많은 어른을 찾아 절을 한다. 

세배 때는 세찬(歲饌)이라는 음식을 내놓고 세주(歲酒)도 권했다. 새해에 아는 사람을 만나면 “합격하시오” “승진하시오” “아들 낳으시오” 등의 덕담(德談)을 주고받았다.

전통적인 설날 모습이다. 요즘에도 큰 틀은 바뀌지 않았지만, 내용 또는 형식이 달라지거나 아예 사라진 것도 있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을 맞아 고향으로 가는 길에 또는 온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에 좋은 설과 관련된 풍습을 알아보자.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두 주 앞둔 지난 1월 20일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한 시민이 어린이 한복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두 주 앞둔 지난 1월 20일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한 시민이 어린이 한복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해 새출발 각오 담긴 ‘설빔’

정월 초하룻날 아침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새옷으로 갈아입는데 이를 ‘설빔’이라 한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해의 일들은 떨쳐내고 새해에는 만사형통의 길운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새로운 각오와 마음이 설빔에 담겨 있다. 

특히 아이들 옷에는 알록달록하게 밝고 고운 색을 넣어 이를 ‘때때옷’이라 불렀다. 곱고 밝게 자라 많은 이들이 우러러보게끔 출세하라는 마음, 즉 요즘 말로 ‘꽃길만 걸어라’ 는 소망을 담았다. 

1819년 김매순이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에 설빔의 어원이 나와있다. 여기엔 설날 남녀노소가 모두 새 옷을 입는 것을 ‘세비음(歲庇陰)’이라 했다. 

◇복조리로 액운 걸러내고 복만 담자

복조리는 설날 하루 전날인 섣달 그믐날 밤부터 설날인 정월 초하룻날 아침 사이에 걸어놓고 복을 빌었던 조리를 말한다.

1년 동안 사용할 조리를 사서 문 위이나 벽, 방 한쪽 구석 등에 걸어두고 사용하면 복이 들어온다고 여겼다. 지역에 따라 복조리 안에 실이나 엿 등을 담아 장수와 재물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아침 일찍 복조리를 사면 복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 설날 새벽녘에 복조리 장사가 동네를 돌며 “복조리 사려~”를 외치기도 했다.

조리는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엮어서 만든 주방기구로 쌀에 있는 돌이나 이물질을 걸러내는 용도로 사용됐다. 물에 담근 쌀을 조리를 이용해 일정한 방향으로 일면 쌀알이 떠오르면서 조리 안에 담기고 무거운 돌은 갈아앉는다. 이같은 원리를 활용해 한해 동안의 액운은 모두 걸러내고 복만 취하라는 뜻에서 복조리 풍습이 생겼다. 

◇설 전날 잠자면 눈썹 하얘진다? 

60대 전후한 세대들은 옛날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않으려고 애썼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얘진다고 으름장도 놨다. 아이들이 졸음을 이기지 못해 잠들면 눈썹에 흰떡가루를 발라 놀려주기도 했다. 

섣달 그믐날 밤 자지않는 것을 ‘수세(守歲)한다’ 해, 집집마다 등잔불을 환하게 밝혀놓고 정월 초하루를 맞이했다. ‘수세’ 풍습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가 전해지지 않지만 설맞이 준비로 눈코뜰새없이 바쁜 시간인 만큼 잠자지 말고 일을 해야 한다는 데서 생긴 것으로 추정한다.

◇신발 잃어버리면 한해 운수 안좋아

설날 전날인 음력 섣달 그믐날밤 사람이 잠든 사이에 ‘야광귀(夜光鬼)’이라는 귀신이 집으로 들어와 주로 아이들의 신발을 훔쳐간다는 속설이 있었다. 야광귀는 신발을 신어보고 맞으면 신고 가버리는데, 신발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해 운이 좋지 않다고 여겼다. 그래서 신발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방안에 들여놓기도 했다. 

또 대문에 체를 걸어두기도 했는데 이는 야광귀가 체의 구멍을 세다가 잘못 세기를 반복해 새벽닭이 울어 물러간다는 것이다. 

설 전날 밤에 집안에 불을 밝히고 잠을 자지않는 ‘수세’를 해도 야광귀를 막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처음 듣는 소리로 한해운수 점쳐 

새해가 되면 한해 운세가 어떨까에 관심이 많았다. 조선중기때 나온 토정비결도 그중 하나인데, 민간에서는 설날 새벽에 처음 듣는 소리로 한해 길흉을 보는 ‘청참(聽讖)’이란 풍습이 있었다. 설날 꼭두새벽에 집 밖으로 나가 처음 들리는 소리로 신수(身數)를 점쳤다. 즉 까치 소리가 들리면 풍년과 행운이 오고, 까마귀나 참새소리가 들리면 흉년이 오고 불행한 해가 될 것으로 여겼다. 사람 소리가 들리면 풍년도 흉년도 아닌 평년작에 큰 행운이나 불행도 없는 무난한 한해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밖에 나무에 오행인 목․화․토․금․수를 새겨 장기쪽처럼 만들어 이것을 던져 점괘를 보는 오행점(五行占)도 인기를 끌었다.

◇설날 떡국에 ‘건강한 한해’ 기원 담겨

설날에 빠져선 안될 음식이 떡국이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은 태양숭배신앙에서 연유된 것으로 본다.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하고, 떡국떡을 둥근 모양으로 자른 것도 태양의 둥근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한다. 

또, 가늘고 길게 뽑은 가래떡은 무병장수를, 흰색은 청결을 뜻해 한 해를 깨끗한 마음으로 시작하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라고 한다. 

이처럼 설날 아침에 온 가족이 모여 먹는 떡국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다.

◇떡국에서 ‘꿩 대신 닭’ 유래

떡국의 국물은 원래 꿩고기를 우려내 만든 것을 최고로 쳤다. 

그런데 야생의 꿩은 잡기가 힘들었고, 쇠고기도 있었지만 농경사회인 탓에 양반들 조차도 일하는 소를 식용으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닭고기로 국물을 내고 고명을 만들어 얹었다. 여기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세뱃돈 대신 덕담 건네 

설날 차례를 지낸뒤 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면 덕담과 함께 세뱃돈이 주어진다. 

우리나라에 세뱃돈 풍습이 언제부터 시작됐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록이 없다. 다만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통설로 돼 있다. 

조선 후기인 1849년경에 나온 ‘동국세시기’에는 설날 덕담 풍습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기록돼 있지만 세뱃돈 이야기는 없다. 

그런데 1925년 간행된 ‘해동죽지’에 ‘세배전(歲拜錢)’ 또는 ‘세뱃값’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로인해 일본 에도시대(17~19세기)때 널리 퍼진 세뱃돈 풍습이 일제강점기 때 들어왔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새해 아침에 돈보다 덕담을 아주 넉넉하게 준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운현궁에서 시민들이 윷놀이 체험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안국동 운현궁에서 시민들이 윷놀이 체험을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아리에 화살 던져 넣는 투호, 윷놀이, 제기차기 등 설에 즐겨

설날에 즐기는 민속놀이로 투호, 팽이치기, 제기차기, 윷놀이, 널뛰기 등을 꼽을 수 있다.

◇투호(投壺)

항아리나 병을 일정한 거리에 놓고 그 속에 화살을 던져 승부를 가리는 놀이다. 조선시대 때는 주로 양반층에서 즐겨 신윤복의 그림 '임하투호'에도 투호놀이 모습이 담겨있다. 항아리 등에서 10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서 화살을 던져 들어간 개수로 승부를 결정한다. 던질 때 어깨가 기울어지지 않게 양쪽 어깨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윷놀이

대표적인 설날놀이의 하나로 정월 초하루에서부터 대보름날까지 즐겼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데다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가장 인기를 끈 놀이다. 29개의 동그라미를 그린 윷판을 펴놓고 놀이를 하는데  2~3명이 보통이지만 인원이 많을 때에는 두 패 또는 세 패로 편을 나누어서 한다.

◇제기차기

보통 제기를 발로 차서 떨어뜨리지 않고 많이 차기를 겨루는 놀이로 알고 있지만 즐기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다. 한 사람씩 차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마주 차기도 한다. 또, 한번 차고 땅을 딛고, 또 차고 땅을 딛기를 반복하는 ‘땅강아지’, 두 발을 번갈아 가며 차는 ‘어지자지’, 땅을 딛지 않고 계속 차는 ‘헐랭이’, 찬 제기를 입에 물었다가 다시 차서 다시 무는 식의  ‘물지기’, 키를 넘게 올려 차는 ‘키지기, 차서 머리 위에 얹었다가 떨어뜨려 다시 차는 ’언지기’도 있다.

◇널뛰기

여자들이 하는 가장 대표적이고 발랄한 놀이다. 긴 널빤지의 한가운데에 짚단이나 가마니로 밑을 괴고 양 끝에 한 사람씩 올라서서 마주보고 번갈아 뛰면서 즐긴다. 특히 설날에 설빔으로 곱게 단장을 한 여자들이 널을 뛸 때면 휘날리는 치마자락과 옷고름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보는 이들도 즐겁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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