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마르셀 뒤샹’ 전, 남성용 소변기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마르셀 뒤샹’ 전, 남성용 소변기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25 14:50
  • 호수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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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선구자… ‘샘’, ‘여행가방’ 등 150여점 선봬

지난 1월 1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선 너무도 유명한 ‘소변기’ 하나가 관람객을 맞고 있었다. ‘샘’(사진)이란 이름이 붙은 이 작품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누구도 ‘이딴 게 미술이야’라고 비아냥거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르쉘 뒤샹이 1917년 미국의 한 전시에서 이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달랐다. 비난과 함께 전시장에서 퇴출됐다. 뒤샹의 철학은 오래 지나지 않아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쳤고 직접 만들지 않아도 예술가의 생각이 담긴 사물과 행위라면, 그게 뭐든 당당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 시대를 열었다. 

현대미술의 선구자라 불리는 마르셀 뒤샹(1887~1968)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4월 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레디메이드(Ready-made, 기성품), 드로잉 등 150여점을 선보인다.

먼저 1부는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등 당시 프랑스 화풍을 공부하며 제작한 회화 등을 선보인다. 이중 ‘샘’ 만큼 유명한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를 눈여겨 봐야한다. 뒤샹은 1912년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살롱 드 앙데팡당’에 출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누드 형상을 움직이는 기계로 묘사했는데, 심사위원회는 뒤샹에게 ‘수정’을 요청한 것. 누드를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재현한 방식, 캔버스 하단에 굵은 글씨로 써놓은 제목 등이 문제가 됐다. 뒤샹은 수정 대신 작품을 거둬들였고, 이듬해 뉴욕 아모리 쇼에 출품해 큰 명성을 얻었다.

이어 2부에서는 ‘레디메이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샘’을 비롯해 ‘초콜릿 분쇄기’, ‘통풍 피스톤’, ‘자전거 바퀴’ 등을 만난다. ‘샘’은 뒤샹이 창안한 ‘레디메이드’(일반 가게에서 산 ‘기성품’을 활용한 작품)라는 개념의 작품이었다. 뒤샹은 이미 1913년에 작은 스툴(발걸이와 등받이가 없는 작은 의자)에 자전거 바퀴를 붙여 작품으로 내놨고, 1914년에는 와인병을 건조하는 금속스탠드를 사서 ‘병걸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샘’을 시작으로 기성품을 ‘선택하고 이름을 붙인’ 것도 작가의 창작으로 봐야하는지 치열한 논쟁이 시작됐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샘’은 뒤샹이 1950년에 다시 제작한 작품이다. 

3부에서는 ‘에로즈 셀라비’라는 여성 자아를 내세워 정체성에 물음을 던진 작업 등을 볼 수 있다. 여기도 눈여겨 봐야할 작품이 있다. 2개의 ‘여행 가방’이다. 1‧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뒤샹은 자신의 작품들이 사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전시용 상자를 만들었다. ‘여행 가방’이라 이름 붙인 상자 안에 ‘신부’ ‘샘’ 등 주요 작품을 소형으로 만들어 넣었다. 이 시리즈는 7개 버전으로 총 307개가 제작됐는데, 이번 전시장에 2개가 나란히 배치됐다. 빨강 가죽 가방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갖고 있는 1966년판, 갈색 나무 가방은 1941년판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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