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 치킨 파는 마약반 형사들, 신년 벽두 웃음 선사
영화 ‘극한직업’, 치킨 파는 마약반 형사들, 신년 벽두 웃음 선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1.25 14:58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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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스물' 연출 이병헌의 신작… 퇴출 위기 몰린 형사 5인방 ‘위장창업’ 

6개월간 사용된 치킨만 500여마리… 코믹연기 달인 류승룡 등 열연

이번 작품은 마약반을 감시하기 위해 건너편에 치킨집을 열었다가 졸지에 맛집이 돼 좌충우돌하는 형사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사진은 극중 위장창업 업소를 열고 홍보에 나선 형사 5인방의 모습.
이번 작품은 마약반을 감시하기 위해 건너편에 치킨집을 열었다가 졸지에 맛집이 돼 좌충우돌하는 형사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사진은 극중 위장창업 업소를 열고 홍보에 나선 형사 5인방의 모습.

매일 파리만 날리던 한 치킨집이 있다. 결국 장사가 안 되자 주인은 가게를 내놓았고 새 인수자는 수원의 명물인 왕갈비양념을 치킨에 입혀 팔기 시작한다. 독특한 맛은 금세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빠르게 입소문이 난다. 몇 마리도 팔지 못했던 치킨집이 하루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맛집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웬걸. 손님이 늘어날수록 사장의 얼굴엔 미소보다 근심이 쌓여간다. 치킨집은 사실 건너편 건물에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위장창업’ 업소였던 것이다. 영화 ‘극한직업’은 이러한 코믹한 설정에서 시작된다.

올 설 극장가를 유쾌한 웃음으로 물들일 ‘극한직업’이 1월 23일 개봉했다. 잠복근무를 하다 졸지에 치킨집을 운영하게 된 마약단속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시종일관 큰 웃음을 선사해 주목받고 있다.

작품은 마약사범을 쫓는 마약반의 출동 장면으로 시작한다. 헌데 조금 이상하다. 형사라면 멋지게 범인을 쫓아 순식간에 소탕해야 하는데 기물파손이라도 할까봐 조심조심 행동하는 등 어딘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검거 실적도 당연히 참담한 수준.

결국 미운 털이 박힌 마약반은 해체 위기에 놓이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고반장(류승룡 분)은 퇴직금을 탈탈 털어 위장창업이라는 기발한 잠복 수사에 나선다. 다만 의도와 달리 치킨집이 핫한 맛집이 되면서 장사가 먼저인지, 수사가 먼저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소탕작전도 오리무중에 빠진다.

전작 ‘스물’과 ‘바람 바람 바람’을 통해서 재기가 번득이는 코미디를 선보인 이병헌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주특기를 발휘한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웃음’만 생각했다”고 할 만큼 잠복수사를 위해 위장 창업한 형사들이란 기발한 설정으로 또 한 번 기상천외한 재미를 안긴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같은 자칫 유치하고 썰렁할 수도 있는 대사들을 연출과 연기의 힘으로 살려 코미디 영화 본분에 충실한다. 

초반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시트콤 같은 상황들이 분위기를 달구고, 정체성의 혼돈에서 오는 웃음이 시들해질쯤 마약 사건이 급물살을 탄다. 이후 통쾌한 액션으로 마무리 되기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 간의 호흡 역시 웃음의 완성도를 높인다. 류승룡은 마약반의 좀비반장 고반장 역을 맡아 장기인 코믹 연기를 제대로 선보인다. 상사에게 깨지고, 아내에게 바가지 긁히는 와중에 치킨집 운영에 잠복수사까지 하며 극한 인생을 사는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아무리 힘들어도 목숨 걸고 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의 애환, 매일 생존경쟁을 벌여야하는 자영업자 등 시대의 아픔을 유쾌하게 풍자한다. 

미스코리아보다는 배우라는 수식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완벽하게 전직에 성공한 이하늬 역시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거친 입담과 과격한 성격을 가진 장형사 역을 매끄럽게 소화해낸다. ‘범죄도시’에서 살벌하게 무서운 사채업자 위성락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진선규 또한 마약반의 절대미각 마형사로 분해 큰 웃음을 선사한다. 코믹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이동휘도 마약반에서 고독하게 수사를 펼치는 영호 역을 맡아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공명이 실전 경험은 전무하지만 열정 가득한 마약반의 막내 형사 재훈을 연기하며 극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치킨이다. 24회차에 걸쳐 촬영을 진행할 만큼 치킨은 영화 속 관객들의 침샘을 자극하며 배우 못지않은 활약을 한다.

대박 맛집의 흥행을 터트린 ‘수원왕갈비통닭’의 맛을 관객들에게 눈과 귀로 고스란히 전달하기까지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 제작진은 촬영 현장에 푸드 트럭을 24시간 대기시키며 촬영에 필요한 치킨을 준비했다. 생닭부터 영화의 중심이 되는 ‘수원왕갈비통닭’까지 다양한 종류의 치킨을 준비한 것은 물론, 출연배우들이 직접 먹어야 하는 장면을 위해서 푸드 트럭에서 바로 치킨을 튀겨 촬영을 진행했다. 그렇게 총 6개월간의 촬영 기간 동안 생닭 88마리, 후라이드 치킨 106마리, ‘수원왕갈비통닭’ 249마리 포함 총 463마리의 치킨이 사용돼 영화에 감칠맛을 더했다.

무엇보다 작품은 진지한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폐업하는 시대,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사회상을 뼈 있는 웃음으로 콕콕 짚어내지만 절대 구구절절하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제각각의 성격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빠르고 간결한 전개로 시종일관 큰 웃음을 선사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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