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혈관질환의 증상과 치료…말초혈관 막히면 다리가 아파 걷기도 힘들다
말초혈관질환의 증상과 치료…말초혈관 막히면 다리가 아파 걷기도 힘들다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1.25 15:14
  • 호수 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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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수연기자]

서서히 진행돼 알아채지 못해… 손발 차가워 ‘수족냉증’으로 오해도

약물치료와 운동치료가 기본… 증상 심해지면 수술로 혈관 넓혀줘야

경기 남양주에 사는 오 모(69)씨는 100m 남짓 걷고 나면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하는 증상이 반복됐다. 다리가 아플 때마다 5분 정도 쉬다 보면 곧 통증이 사라져 다시 그만큼을 걷고, 또 통증이 반복되는 게 일상이 됐다. 나이 때문이라고 넘기다가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에서조차 몇 번씩 멈추기 시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처음엔 관절염이나 디스크로 생각해 정형외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았는데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대학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에 간 오 씨는 말초혈관질환 진단을 받았다. 

‘말초’는 사물의 끝을 뜻하는 낱말로 몸에서는 팔이나 다리같이 중심이 아닌 말단에 있는 부위를 일컫는다. 우리 몸은 심장을 중심으로 동맥과 정맥이 온몸에 퍼져 있는데, 그중 팔‧다리 동맥이 매우 좁아지거나 폐쇄돼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서 생기는 게 말초혈관질환이다. 오 어르신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간헐적 파행이라고 부르는 말초혈관질환의 증상 중 하나다. 

말초혈관질환은 팔, 다리 부근의 혈관 내벽이 서서히 막히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사진은 혈관 내벽이 막히는 과정. 제공=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말초혈관질환은 팔, 다리 부근의 혈관 내벽이 서서히 막히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사진은 혈관 내벽이 막히는 과정. 제공=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말초혈관질환의 증상

간헐적 파행 증상은 다리 쪽으로 흐르는 한 개 이상의 동맥이 50% 이상 좁아졌을 때 발생한다. 운동할 때 말초혈관질환이 있는 다리 근육에 쥐가 나거나 뻣뻣함, 통증, 피로감 등을 느끼는 것이다. 이때 보행을 잠시 멈추면 증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나이 때문에 생기는 통증으로 넘기기 쉽다. 

간헐적 파행이 더 진행되면 만성 하지허혈로 발전한다. 이는 가만히 있어도 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감각 이상, 피부 궤양이 나타날 수 있다. 손․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통증은 밤에 더 심하게 나타난다. 누워있을 때 다리가 수평을 유지하면서 피의 흐름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다리를 잘라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 가는 게 중요하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권준교 교수는 “말초혈관질환을 방치하면 상처가 났을 때 쉽게 낫지 않고 심하면 괴사가 발생해 절단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초혈관질환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초기에 알아차리는 것인데, 오랜 시간 천천히 막히기 때문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또 우리 몸은 혈관이 막히기 시작하면 거기에 맞춰 적응하기 때문에 특별한 이상 증상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가 병이 많이 진행된 이후에 병원을 찾게 된다.  

그래도 초기에 아주 증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말초혈관질환의 초기증상은 아침저녁으로 팔다리가 차가워지고,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다. 목욕 후 팔다리가 창백해지고, 계단 오르기가 더 힘들어진다. 발이 너무 차가워서 항상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 하는 것도 말초혈관질환의 초기증상이다.

그런데 증상 자체가 모호해서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겨울철에는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만한 증상이 많다. 만약 50세 이상의 흡연자이거나 평소 당뇨나 고혈압이 있고, 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다면 모호한 증상이라도 나타났을 때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권준교 교수는 “손발이 차갑고 저린 증상만으로는 수족냉증과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평소 꾸준한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좋고, 증상이 발생했을 때 즉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말초혈관질환의 치료

말초혈관질환이 나타난 경우에는 뇌질환, 심장질환 검사도 필요하다. 혈관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말초혈관질환 증상이 신체 전반에 혈관질환을 알려주는 신호일 수 있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혈관이식외과 오행진 교수는 “심장질환 환자에게 말초혈관질환이 같이 있는 경우는 6.2%, 뇌혈관질환과 말초혈관질환이 같이 있는 경우가 9%에 달한다”며 “하나 이상의 혈관에 문제가 있다면 다른 혈관도 이상할 수 있기 때문에 뇌혈관질환이나 심장질환 환자는 다리나 팔도 같이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초혈관질환을 치료할 때는 약물과 운동을 기본으로 한다. 보통 약물치료는 아스피린이나 혈관확장제 등을 복용한다. 우리 몸에서 혈관 하나가 막히면 그 옆에 있는 작은 혈관들이 자라서 막힌 혈관이 하던 일을 대신해 주는데, 혈관확장제는 이 작은 혈관을 넓게 만들어주는 약이다. 막힌 혈관이 고속도로라면, 주변의 작은 혈관들을 국도라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조금씩 걷는 거리를 늘리는 운동치료를 병행한다.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했는데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좁아진 혈관을 풍선으로 벌려 늘리는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 등의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수술에 비해 간단하고 부분마취로도 가능하다. 다만 우리 몸이 항상 원상태로 돌아오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재발 우려가 높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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