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임금 낮추는 대신 일자리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 타결… 선도적 성공사례 기대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임금 낮추는 대신 일자리 늘리는 ‘광주형 일자리’ 타결… 선도적 성공사례 기대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2.01 10:47
  • 호수 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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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용 창출 모델로 주목받은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타결됐다. 지난 1월 31일 광주광역시청에서는 그동안 좌초 위기를 겪어왔던 광주시와 현대차의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이 열렸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시와 현대자동차 간에 체결되는 자동차사업 투자협약은 광주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한국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역사적인 전기가 될 것"이라며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자동차 산업에서 다른 분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켜 문재인 정부 일자리 정책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가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 제안해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이다. 기업 위주로 만들어지는 보통 일자리와 달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협력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 5곳의 연평균 임금은 9213만원이지만, 광주형 일자리의 적정 초임 평균 임금은 절반보다 더 낮은 3500만원 안팎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등을 지원해 낮은 임금을 보전하게 된다. 

공장을 설립하면 정규직 근로자는 신입 생산직과 경력 관리직을 합쳐 1000여명, 간접 고용까지 더하면 1만∼1만 2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광주형 일자리가 타결됨으로써 광주시와 현대차는 7000억 원을 투입해 빛그린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1000cc 미만 경차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연간 10만 대 양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현대차는 경차급 SUV를 새로 개발해 신설법인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아 국내에 판매할 계획이다. 공장 건립 기간은 2년 정도이며, 2021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광주형 일자리는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AUTO)5000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폭스바겐은 2001년 경기침체로 생산량이 급감하는 등의 위기가 닥치자 노조에 별도의 독립법인과 공장을 만들기를 제안했다. 이는 당시 5000명의 실업자를 기존 생산직의 80% 수준인 월급 5000마르크(약 300만원)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회사의 제안을 수용했고, 독립법인 아우토5000이 설립됐다. 아우토5000은 이후 7년간 순항을 거듭했고, 고용위기가 끝난 2009년에는 폭스바겐 그룹에 편입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정조원 고용창출팀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선례가 되면 다른 지자체들도 지역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확산할 수 있다"며 "공장 설립 투자에 부담을 갖는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제조업 분야에 적용될 가능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선임연구원은 “다른 업종은 상황이 달라서 확산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세계 자동차산업 환경과 국내 노사관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제안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의 강력한 반발을 설득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상생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이 되고 고임금과 낮은 생산성으로 해외로 나간 다른 업종의 공장들을 모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사업이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타결에 이른 만큼 성공사례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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