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난공불락 KBS 주말드라마, 독인가 약인가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난공불락 KBS 주말드라마, 독인가 약인가
  • 관리자
  • 승인 2019.02.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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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와 5%. 최수종, 박상원의 ‘하나뿐인 내편’과 박신양과 고현정을 내세운 ‘동네변호사 조들호2 : 죄와 벌’의 시청률이다. 둘다 KBS 2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로 전자는 토‧일 오후 7시55분에, 후자는 월‧화 오후 10시에 방영되고 있지만 격차는 8배나 난다. 

1980~90년대만 해도 채널수가 많지 않아 지상파 시청률 30%는 중박 수준에 불과했다. 40% 이상은 나와야 그래도 성공한 드라마로 인정해줬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영화‧예능을 특화한 케이블 채널이 대폭 늘어나 경쟁력을 갖추고 2011년 종편까지 출범하면서 지상파 시청률은 빠르게 낮아졌고 10% 중반만 기록해도 선방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와중에 몇 년 내내 30% 이상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는 게 KBS 2TV 주말드라마다. 지난 2006년 방송된 ‘소문난 칠공주’부터 장기집권의 신화가 시작됐다. 당시 이 드라마는 평균시청률 30.2%, 최고 시청률 44.4%를 기록했는데, 이후 이 시간대에서만큼은 난공불락이 됐다. ‘하나뿐인 내편’ 외에도 ‘가족끼리 왜 이래’, ‘부탁해요 엄마’, ‘아이가 다섯’,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아버지가 내 인생’, ‘황금빛 내 인생’, ‘같이 살래요’ 등 5년 내 방영된 전작들이 모두 30% 이상의 시청률을 올렸다. 

장기집권의 이유는 복합적이겠지만 홈드라마를 내세운 장점이 있다. 현재 젊은 세대는 본방사수를 잘 하지 않는다. 반면 어르신들의 가장 든든한 친구는 TV다. 특히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부터 주말드라마를 보며 한 주를 마무리해 왔다. 그리고 어르신 세대가 가장 우선으로 하는 것이 가족이다. KBS 주말드라마는 제목만 바뀌었지 매번 가족애를 내세운 작품을 만들어 왔다. 

비슷한 방식의 배신과 이간질이 난무하고 지나치게 착하다 못해 바보 아닌가 싶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패턴은 매번 같지만 통하는 이유는 가족애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 발전에는 커다란 걸림돌이기도 하다. ‘한드’는 형사물을 비롯,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한 다양한 장르물을 제작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헌데 일부 장르물은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데, 시청률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드라마는 상품이기도 하지만 문화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잘 팔리는 라면은 굳이 개량할 필요는 없지만 문화 발전을 위해서 드라마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 KBS 주말드라마가 같은 문법만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변화를 통해 다시 장기집권의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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