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초미세먼지 어떻게 줄이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초미세먼지 어떻게 줄이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2.01 11:26
  • 호수 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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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심장 질환자는 마스크가 오히려 위험해 

기자의 책상 위에는 마스크 하나가 뒹굴고(?) 있다. 버리기는 아깝고 쓰자니 찝찝해 그대로 방치해둔 것이다. 이 마스크는 버스회사에서 지급 받았다. 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1월 말 어느 날 오전 6시 40분 경, 경기 금촌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567번 광역버스 운전기사가 버스를 탄 후 승차카드를 단말기에 대는 승객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마스크 하나씩을 나눠주었다. 

기자는 마스크를 받는 순간 조금 당황했으나 곧 버스회사의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좌석에 앉은 후 천천히 포장지를 뜯고 설명서가 시키는 대로 마스크를 얼굴에 뒤집어써 보았다. 기자는 미세먼지 때문에 이날 난생 처음 마스크를 써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둘러보았더니 마스크를 쓴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 마스크를 손에 쥐고 있는 승객도 보이지 않았다. 

숨 쉬기가 답답해 마스크를 차안에서 계속 쓰고 있을 수가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걸으면서 다시 마스크를 썼더니 답답함이 가셨다. 기자는 마스크가 초미세먼지를 막는데 효력이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하는 미심쩍은 생각에 평소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마스크가 초미세먼지를 막는데 도움을 준다는 보도도 봤지만 여전히 긴가 민가 한다. 

그런데 초미세먼지를 수십 년간 연구해온 한 과학자가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말을 해 호기심이 일었다. 장재연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이다. 그는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자 1988년 미세먼지에 발암물질이 48가지나 들어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대기오염 정책에 미세먼지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국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장본인이다.

장 교수는 “2013년부터 미세먼지 논란이 다시 시작되면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정부가 마스크라도 쓰라고 대응요령을 내놓은 것을 보고 황당했다. 호흡기 질환과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마스크가 위험할 수 있고 일반인들도 숨쉬기가 힘들어 몸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어른들은 자기결정권이 있으니 뭐라고는 안 한다. 다만 어린이들은 강제로 씌워서는 안 된다. 얘들이 싫어하는 반응을 보인다는 건 몸에 안 좋을 수 있다는 거다. 다만 썼을 때 쓰기 전보다 편하다면 쓰는 게 마스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초미세먼지가 중국 때문이라는 피해의식도 그 중 하나다. 대부분은 미세먼지가 겨울·봄에만 높은 줄 알고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여름철, 가을철에도 수치가 별로 낮지 않다. 2015년부터 3년간 미세먼지 평균 농도를 정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봄 28㎍/㎥, 여름 21㎍/㎥, 가을 21㎍/㎥, 겨울 29㎍/㎥로 나타났다. 여름·가을에는 중국서 불어오는 서풍도 안 분다. 중국 영향이 절반이라고 치면 여름에는 수치가 반 토막이 나야할 텐데 그렇지가 않은 것을 보면 중국의 영향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미세먼지가 중국의 영향이라는 말이 나온 건 정부의 꼼수일 가능성이 크다.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논란 초기에 정부에서 밝힌 미세먼지 원인 중 중국이 언급됐다. 우리 원인만 말하면 정부가 관리를 못한 게 되니까 중국 얘기도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중국은 실제로 미세먼지를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중국의 리커창 총리와 시진핑 주석은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초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베이징, 허베이성, 산시성 등 중국 화북지방을 중심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과 기업들을 단속하고 석탄보일러를 전기나 가스보일러로 바꾸고 노후 자동차를 대거 폐차 시키는 등 전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베이징의 미세먼지는 3,4년 전에 비해 최대 35%까지 감소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제자리이다. 중국 것만 줄여서는 한국의 공기가 나아질 수 없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대도시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나쁜 국가이다. 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자가 약 2만명, 폐질환 환자는 80만명에 이르고 있다. 

미세먼지 해결은 중국의 예를 보더라도 재래기술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AI(인공지능)나 빅데이터 같은 첨단기술로 한 게 아니다. 에너지를 적게 쓰고 소비문화를 바꾸고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적극 늘리면 된다. 과거 수백, 수천명씩 죽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이 이 방법을 써서 지금은 깨끗한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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