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의 끝
저 목숨을 끊은 손과
저 주검을 매단 손과
그리고 우리들의 한 끼 식사
한 생의 끝은 어떠해야 할까. 그리고 그 끝이 다른 살아있는 몸에게로 이어져 있다면?
모든 목숨의 마지막을 생각해 본다. 삶이 끊어진 몸, 발가벗겨진 몸, 허공에서 버둥거리는 몸. 그 몸을 여기에서 저기로 실어 나르는 손.
나는 그 앞에서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추스르느라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창 안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을 때, 창밖의 눈동자는 내 눈에 멈추어 있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너무나 쓸쓸한 날이었다. 한참 동안 발이 저린 시간이었다. 내 눈이 먼저 다른 곳을 향하고 몸이 움직이고 그곳을 떠날 때도 창 안의 남자는 나를 계속 붙들고 있었다. 창밖의 눈과 창 안의 눈이 나를 계속 따라왔다. 마치 죽음이 나를 따라오는 것만 같았다. 발가벗겨진 채 어디론가 도망가는 내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이미 정해져 있던 길이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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