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약수노인종합복지관, 프로그램 및 동아리반 반장 선거 화제
서울약수노인종합복지관, 프로그램 및 동아리반 반장 선거 화제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2.01 11:44
  • 호수 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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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80에 복지관서 반장 선거는 처음… 근데, 재밌다”

[백셋시대=김순근기자]

“제대로 일할 사람을 뽑자”… 한겨울 추위 녹인 어르신 반장뽑기 선거열기

공직선거 기준에 따라 실시… ‘人’자 새겨진 도장 맞추고 선관위도 구성

반장을 뽑기 위한 투표행렬, 서울약수노인종합복지관은 프로그램 및 동아리반 반장을 공직선거 방식으로 선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반장을 뽑기 위한 투표행렬, 서울약수노인종합복지관은 프로그램 및 동아리반 반장을 공직선거 방식으로 선출해 큰 호응을 얻었다.

“반장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동안 갈고 닦은 반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우리 반을 최고로 만들겠습니다.”

각급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간 1월, 서울 중구 약수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어르신들의 반장선거가 열려 교실마다 떠들썩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47개반의 반장을 일제히 뽑는 선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반장 후보들은 주 1회 열리는 수업시간 말미에 공약 등 정견발표를 하며 지지를 호소해 복지관은 때아닌 선거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반장 선거지만 공직선거 방식을 도입했다. 보통․평등․비밀․직접투표라는 민주선거 4대 원칙을 준수하고 공정한 투․개표를 위해 5명 내외의 선거관리위원회도 구성했다. ‘人’자가 새겨진 도장까지 별도로 맞췄다.

반장선거 공고가 나가자 처음엔 “반장 뽑는데 투표는 무슨…”하면서 어르신들은 무관심했다. 그러다 입후보자 등록부터 공약발표, 유세, 기표소 설치까지 마치 국회의원 선거를 방불캐 하는 진기한 풍경에 “재미있다” “옛날 반장선거 생각난다”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처럼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후보 등록부터 눈치작전이 펼쳐졌다. 체면을 고려하거나 추천을 기대하며 기다린 탓인지 막판에 후보가 많이 몰렸다. 90%가 추천을 받아 등록했으나 스스로 추천한 후보도 10%에 달했다.

회원수가 40명 내외로 많은 반은 후보가 2~3명이 나와 경쟁이 치열한 반면 회원수가 20명 내외의 소규모 반은 단독 후보가 많았다. 

단독 후보라고 무투표 당선되는 건 아니다. 투표에서 80%의 지지를 얻어야 당선된다. 80% 신임에 대한 부담때문인지 단독 후보로 출마했다가 탈퇴한 경우도 4건이나 됐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반은 ‘국학기공 단전호흡반’과 ‘비트난타반’으로 각 3명의 쟁쟁한 후보들이 각축을 벌여 복지관내 선거열기를 이끌었고 누가 당선되는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후보들은 선거유세에서 교육자, 회사 임원 등 과거 경력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기도 하고, ‘시켜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 ‘3회 무단 결근시 즉시 제명 등 회원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 등 다양했다. 

치열한 선거전 속에 1월 29일 현재 28개반의 반장이 선출됐다. 대부분 오랫동안 활동을 해 신망이 투터운 어르신들이라고 복지관측은 밝혔다. 당선된 반장들은 회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당선사례’도 잊지않았다.

‘소중한 한표’를 행사한 한상복 어르신은 “80살이 넘도록 복지관에서 투표하는거 처음 본다”며 “참여하는 것도 좋고 공정하게 개표도 하니 우리나라 진짜 많이 발전했네”라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약수노인종합복지관이 왜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어르신 반장을 선출하는 것일까.

이금영 복지관장은 “어르신들이 객체가 아닌 주체임을 인식하고 주체성을 함양해 보다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어르신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주도해가는 복지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복지관 운영 목표를 ‘주민이 주도하는 복지관’으로 정했고 그 첫걸음이 반장 선출”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반장들은 1년 임기동안 임원 자격으로 임원간담회와 자치위원회를 통해 일선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복지관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게된다.

복지관측은 이번 선거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진행을 맡은 김종현 여가관리기획팀장은 “선거를 앞두고 어르신들의 호응도가 가장 염려됐었는데 막상 시작되니 ‘신선하다’ ‘재미있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며 “내년에는 복지관 1층에 기표소를 설치해 5일간에 걸쳐 모든 반의 반장선거를 실시하는 등 보다 체계적이고 재미있게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관은 2월 1일 반장으로 선출된 28명의 반장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나머지 미선출 반의 반장선거도 설 연휴 직후에 실시해 2월중 반장체제를 공식 출범시켜 ‘주민이 주도하는 복지관’ 시대를 활짝 펼쳐나갈 계획이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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