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가정 경제 모두 살리는 ‘지역화폐’가 뜬다… 경기도는 올해 전지역 확대
지역과 가정 경제 모두 살리는 ‘지역화폐’가 뜬다… 경기도는 올해 전지역 확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2.01 12:56
  • 호수 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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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6개 시·군·구서 발행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역 내서만 쓸 수 있어 소득 유출 방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화폐도

1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 80% 이상 쓰면 잔액 환급해 편의성 높여

지역 경제 살리기의 효자로 떠오른 지역화폐는 상품권, 카드, 모바일 등 다양한 형태로 발행되고 있다.
지역 경제 살리기의 효자로 떠오른 지역화폐는 상품권, 카드, 모바일 등 다양한 형태로 발행되고 있다.

전북 군산에 거주하는 이영호(52) 씨는 얼마 전까지 설 준비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가벼워진 주머니에 비해 물가가 오르면서 제수용품 구입을 줄여야할지 말지 고민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씨의 고민은 ‘지역화폐’로 말끔히 해결됐다. 군산시에서 발행하는 군산사랑상품권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면서 차례준비 걱정을 덜었다. 이 씨는 “지역 경제도 살리면서 상품도 저렴하게 구입해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면서 “군산 어디에서라도 상품권을 쓸 수 있도록 확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만 발행되던 지역화폐(상품권)가 발행 지역과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간 공무원 급여와 상금, 입장료 등 제한적인 범위에서 사용됐지만, 사용범위가 확대되면서 골목상권 활성화의 효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는 말 그대로 특정 지역 안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화폐를 말한다.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지자체가 발행하고 관리까지 맡는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만든 ‘온누리 상품권’은 전국의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지역화폐는 발행한 특정 지자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고향사랑 상품권’으로도 불린다. 

지역화폐는 일정 수준의 할인율(6~10%)을 적용해 판매하는데 이때 할인된 금액을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가령 10억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다면 1억원을 지자체 예산에서 지원하는 식이다. 지역 농협은행 및 새마을금고 등에서 주로 판매하고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최대 월 50만~70만원까지 구입할 수 있다. 또 금액의 70~80% 이상을 사용하면 잔액은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역(고향)사랑 상품권 운영 지자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와 226개 기초 시·군·구 가운데 지역화폐를 도입한 지역은 모두 66곳이다. 광역 자치단체 단위에서 도입한 지자체는 강원도가 유일하지만 경기도 등 타 광역시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인천 연수구 등 기초 지방 정부에서도 올해 대거 도입을 결정하면서 하반기에는 그 수가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에는 인천시가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IC카드 형태의 지역 전자상품권인 ‘인천e음’ 카드를 선보였다. 모바일 앱이나 실물카드에 자신의 은행 계좌를 연결해 체크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여기에 전국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교통카드 기능도 추가해 활용성을 높였다. 경기 안성과 부천·과천시와 경남 양산시 등에서 이런 카드형 지역화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는 지난해 출시해 큰 호응을 얻었던 지역화폐 ‘시루’를 내달 모바일로 유통한다. 현재 시루는 지역 맘카페, 아파트 단지, 각 가맹점별 자체 홍보 등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5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발판으로 탄생한 ‘모바일 시흥화폐 시루’는 스마트폰으로 시루 구매와 결제가 가능해 소비자와 가맹점 모두 은행에 가지 않아도 시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디지털 화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2월 서울시 노원구는 국내 첫 디지털 지역화폐인 ‘노원(NW)’을 발행했는데, 지역 내에서 자원봉사나 기부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 저절로 적립되고 이를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역시 서울내에서 사용 가능한 암호화폐 ‘S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화폐 발행이 급증하는 원인은 지방정부들이 지역 소득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올해 대폭 늘어난 복지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전국 16개 시·도 지역 소득 역외유출의 결정요인’ 보고서를 보면, 2016년 기준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 가운데 충남 등 9개 지역에서 소득이 유출됐다. 유출 규모는 충남이 24조971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경북(16조1003억원), 울산(13조6305억원), 경남(12조205억원), 전남(11조5236억원) 등 차례였다. 반면 서울은 40조3807억원, 경기는 21조9464억원이 유입됐다. 즉, 충남, 경북, 울산 등 지방에서 발생한 소득이 서울과 경기로 대거 유출된 셈이다. 

이를 막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경기도의 경우 올해 청년배당 1753억원, 산후조리비 지원 423억원, 각 시·군의 복지수당 1406억원 등 3582억원을 지역화폐로 발행한다. 전남 해남군도 올해 지역화폐(해남사랑상품권) 15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연간 60만원인 농민수당 등을 지역화폐로 지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하면서도 지역별 활용 편차 등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대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때 발행한 지역화폐로 4년 동안 영세자영업자의 실질소득이 22.3%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 사례가 있다”며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힘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지역화폐 발행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역화폐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인구규모가 큰 지역은 혜택이 큰데 반해 규모가 작은 낙후 지역에서는 혜택이 한정되는 문제 즉,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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