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어린 봄 햇살이 간질간질
이제 막 눈 뜬
버들강아지 등에서 놀고 있네
입춘이 지났다. 대문에는 새로운 양기로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모아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을 써 붙인 집들이 눈에 띈다. 24절기의 맨 처음인 입춘은 양력 2월 4일이다. 태양이 1년 동안 움직이는 길을 스물 네 개로 표시한 것을 24절기라 하는데 절기는 양력으로 정한다.
입춘이 지나면 한낮의 햇살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완연한 봄볕을 느낄 수도 있다. 立春(입춘)은 봄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일어선다는 뜻이다. 왜 ‘서다’라는 단어로 입춘을 표현했을까. 어쩌면, 죽은 듯이 아무런 표정도 없던 세상천지가 조금씩 꿈틀대면서 뭔가가 자꾸 고개를 내밀고 있다는 걸 반긴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리라. 얼음이 녹아내리는 개울가에 버들강아지가 한낮의 햇살을 받고 몽실몽실 깨어나고 있다. 세상만물이 다 깨어나는 봄이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저작권자 © 백세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