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 아람미술관 ‘예술가의 책장’ 전…예술가들은 책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까
경기 고양 아람미술관 ‘예술가의 책장’ 전…예술가들은 책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2.15 14:01
  • 호수 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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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정희승‧노순택 등 책‧독서 주제 작품 70여점 선봬

지난 2월 12일 경기 고양시 아람미술관에는 교보문고를 연상시키는 대형서가에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었다. 책들은 저마다 독특한 표지를 내세웠다. 벽에 기댄 고양이, 뾰로통한 표정의 여자아이 등 남다른 인상을 풍기는 표지였다.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니 책이 아니었다. 책처럼 포장한 정희승 작가의 사진작품들이었다. 깊은 여운을 주는 책을 읽은 듯 서가에 장식된 그의 작품들은 오래도록 발길을 머무르게 했다. 

책에서 영감을 얻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가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월 24일까지 진행되는 ‘예술가의 책장’ 전에서는 회화와 사진, 만화 등의 창작 작업을 펼치는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한 책, 또는 독서에 대해 해석한 작품 70여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전시 공간은 커다란 도서관처럼 꾸몄다. 특별전 ‘책의 초상’이 전시된 중앙 공간은 마치 오래된 듯한 건물의 회랑을 연상시키고, 이곳을 중심으로 7명 작가들이 각각의 개성을 담아 꾸민 공간이 빙 둘러져 있다. 도서관이 분야별로 책을 구분한 것과 유사하다.

서용선의 ‘철암로’(위)와 이혜승의 ‘무제’.

먼저 서용선 작가는 강렬한 색채로 간판이 있는 거리 풍경을 담아냈다. ‘형제미용실’, ‘젊음의양지 단란주점’, ‘한양다방’ 등 거리 풍경의 일부가 된 간판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시대의 특징과 삶의 흔적들이 숨은 그림처럼 발견된다. 

이혜승 작가는 창문 너머로 녹음이 진 풍경을 담은 2000년 작 ‘무제’ 등을 통해 자연과 도시를 아우르는 쓸쓸하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을 소개한다. 

원성원 작가는 대형 캔버스에 특정한 직업군을 몽환적으로 표현했다. 오래도록 천천히 들여다보면서 어떤 직업을 표현한 것인지 유추하면 관람의 재미가 배가된다. 다독가로 알려진 노순택 작가는 사진작품과 함께 커다란 상자에 책을 가득 싣고 와 전시 공간 안에 직접 서가를 꾸렸다. 다양한 책들이 꽂힌 예술가의 책장은 그 자체로 멋진 조형미를 발산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2개의 특별전이 함께 한다. 스스로의 출판 작업에 엄격한 수준의 잣대를 들이대기로 유명한 출판사 열화당이 참여한 ‘책 짓는 방, 책 읽는 방’은 책을 만드는 여러 과정을 각각의 책상으로 재현했다.

또 다른 특별전 ‘내 인생의 책’은 아람누리도서관과 함께 꾸민 공간이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최영미 시인, 임영근 인문학모임 회장 등 일곱 명의 고양시민이 참여해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인생 책’을 소개한다. 

김언정 고양문화재단 책임큐레이터는 “우리 모두는 이런 인생의 책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예술과 책이 우리가 이 세상을 공감하고 바라보는 태도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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