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병 없는데도 연하장애… 근감소증도 원인
특별한 병 없는데도 연하장애… 근감소증도 원인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2.15 14:14
  • 호수 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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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애의 증상과 치료

[백세시대=이수연기자]

뇌졸중‧파킨슨 병 등이 주 원인… 음식 못 삼키고 기도로 넘어가기 일쑤

비디오투시검사로 진단… 혀 운동, 성대폐쇄훈련 등 재활치료 받아야

경기도 성남에 사는 김모 어르신(78)은 최근 들어 식사다운 식사를 한 날을 손에 꼽는다. 감기도 아닌데 기침이 심하게 나고, 음식을 삼키려고 하면 사레가 들기 일쑤다. 목으로 음식물을 넘기는 것 자체가 힘들어 입으로 씹고만 있다가 입 밖으로 흘리는 날도 많아졌다. 증상이 지속되자 살도 빠지고 기운이 없어 병원에 방문한 결과 연하장애 진단을 받았다. 

연하란 음식을 삼키는 과정을 일컫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음식을 삼키지만, 생리학적으로 살펴보면 삼킴의 과정이 단순하지만은 않다. 입안에 들어간 음식물은 씹히고 침과 섞여 삼키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진다. 잘 섞인 음식물이 목으로 넘어간 후에는 인두를 통과해 식도로 보내지는 과정을 거쳐 위장으로 항한다. 

음식물을 씹는 것부터 삼키는 과정. 삼킨 후 잔류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연하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림은 연하장애의 주요 증상을 보여준다. 그림=대한의학회
음식물을 씹는 것부터 삼키는 과정. 삼킨 후 잔류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때는 연하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림은 연하장애의 주요 증상을 보여준다. 그림=대한의학회

◇연하장애의 증상

연하장애는 음식물을 삼키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연하장애가 발생하면 음식을 삼키지 못하거나 음식물이 제대로 식도로 들어가지 못해 기도로 잘못 들어가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연하장애’ 진료 인원은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연령별 진료 인원은 70세 이상이 52.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60대(16.4%)와 50대(11.2%)가 그 뒤를 이었다. 

연하장애는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먼저 음식물 자체를 잘 씹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씹지 못한 음식물을 오랫동안 입에 물고 있게 되면서 침이나 음식물을 입 밖으로 흘리게 돼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 

또 음식을 목으로 넘긴다고 해도 기도로 잘못 넘어가는 일이 빈발한다. 이로 인해 기침을 하거나,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고 목에 남아있는 느낌이 든다. 식사 후에도 기침이 계속되고, 음식이 역류해 목이나 코로 올라오기도 한다. 때로는 삼킴 후 숨이 막히거나 목소리가 변화하는 등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래가 늘고 식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증상 중 하나다. 

이러한 증상이 계속될 경우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서한길 교수는 “코에서 폐로 전달되는 호흡의 경로와 입에서 위로 전달되는 음식물의 경로가 인두에서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기도로 음식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인‧후두의 기능이 저하되면 삼킴장애가 발생하기 쉽다”며 “기도로 음식물이 들어가면 기도가 막혀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고, 구강 내에 있는 세균이 폐로 들어가 흡인성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알약과 같은 덩어리를 삼키기 어려운 증상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흔히 나타나지만, 식사할 때마다 불편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뚜렷해진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연하장애의 원인

연하장애는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와 같은 신경계 질환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암 등 특정 질환에 걸렸을 때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노인들은 특별한 질환이나 원인이 없더라도 연하장애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연하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연구팀은 노화로 인해 근육이 소실되고 근력이 약화되는 근감소증을 연하장애의 한 원인으로 꼽았다. 

연구팀은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의 노인 중 연하장애 진단을 받은 54명을 대상으로 근감소증과 연하장애의 인과관계를 조사했다. 54명은 연하장애의 주요 원인인 파킨슨병, 인지장애, 뇌졸중,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이 없는 환자였고, 이 중 14명에게 근감소증이 동반되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노인의 경우 몸 전체적으로 근육이 줄어들면서 혀, 인두 근육에서도 근육량이 감소하고 기능이 저하돼 음식물을 삼키고 넘기는 기능까지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하장애의 치료

연하장애를 진단하고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확인하는 검사는 비디오투시 연하검사와 내시경적 연하검사가 있다. 내시경적 연하검사는 가늘고 유연한 내시경을 코로 삽입해 연하 곤란의 원인을 확인하는 검사다. 

비디오투시 연하검사는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방사선 투시 장치를 이용해 다양한 음식물을 삼키는 모습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연하장애 진단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이다. 음식물을 씹거나 삼키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이상뿐만 아니라 삼키는 중에 발생하는 문제도 확인할 수 있다. 검사 이후 이상이 있거나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에는 혈액검사와 CT, MRI 등의 영상 검사나 근전도 검사 등을 추가로 할 수 있다. 

연하장애는 유형에 따라 다양한 접근법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재활 치료를 필수적으로 한다. 환자는 검사 후 관찰되는 증상에 따라 음식을 먹는 동안 취해야 할 적절한 자세나 섭취해야 할 영양분 등을 처방받는다. 재활 치료를 할 때는 이러한 검사 결과를 적용해 혀의 감각을 자극하고, 혀 운동, 성대폐쇄훈련, 자세 훈련 등의 치료를 받는다. 

만약 적절한 운동과 재활 치료를 받은 뒤에도 오랫동안 삼키는 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환자들은 수술로 치료할 수도 있다. 또 종양이나 농양이 생겨서 연하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 제거하면 연하장애가 호전되는 경우도 있다.     

이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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