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편 대한노인회 인천서구지회장 “경로당 회장들 활동비 지원… 임기 내 마지막 소망”
양재편 대한노인회 인천서구지회장 “경로당 회장들 활동비 지원… 임기 내 마지막 소망”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2.21 20:36
  • 호수 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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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인천 유일의 ‘경로당 애로사항청취위원회’…회원 요구 듣고 구청 협조로 해결

탁월한 지회 운영 인정 받아 ‘국민포장’ 수상… 회원 1만명 달성 목표로 삼아 

대한노인회 인천서구지회는 인천의 10개 군·구 지회 가운데 경로당(247개)이 가장 많다. 인천 서구는 면적도 가장 크고 예산도 최고여서 ‘맏형’ 뻘(?)이다. 양재편(80) 인천서구지회장은 “서구는 나대지가 많아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많은 구이다. 올해 아니면 내년 회원 1만명 확보를 목표로 회원배가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인천 서구 석남동에 위치한 서구노인복지관 내 지회 사무실에서 만나 남다른 지회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었다. 양재편 지회장은 탁월한 지회 운영 성과를 인정받아 국민포장(2016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천 서구는 어떤 구인가.

“검단산업단지 등 도시개발이 한창이며 더불어 인구도 늘고 아파트도 많이 들어서고 있다. 한강에서 서해까지 이어지는 자연휴식공간 ‘아라뱃길’이 관통하고 일몰이 아름다운 정서진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농촌 풍경이 펼쳐지고 공기도 맑아 노인이 살기 좋은 지역이다.”

정서진은 서울 광화문으로부터 서쪽 끝이자 나루터로서 강원도 정동진과 대척점에 있다. 연인들과 가족 단위의 젊은 부부가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인천 서구 전체 인구는 54만여명, 노인인구는 5만여명이다. 서구지회는 14개 지역회(분회), 247개 경로당이 있다. 양재편 지회장은 2018년 3월 임시총회에서 열린 지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상대후보를 눌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압도적 승리의 배경은.

“경로당 회장들의 현명한 판단과 슬기로운 지혜 덕분이다. 후보들의 공약이 과연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빌 공(空)자 공약인지를 잘 판단하신 것 같다.”

상대 후보는 경로당 회장들에게 5만원의 활동비 지급, 경로당에 쌀 1포씩 지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양 지회장 측 선거참모들은 대응전략으로 “우리는 활동비 7만원, 쌀 2포대를 내걸자”고 했으나 정작 본인은 이를 무시했다. 양 지회장은 당시 “내가 임기 동안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 행여 나중에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전략이 유효했는가.

“제가 관내 경로당을 순회하는 과정에서 경로당에 필요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전체 경로당을 대상으로 필요한 물품 등을 조사한 후 구청과 협의해 해결해주겠다는 걸 공약으로 내세웠다.”

양재편 인천서구지회장이 인천 서구노인복지관에 내걸은 지회 현판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부터 김동현 사무국장, 양 지회장, 이은애 총무부장. 이형준 경로부장은 경로당 애로사항을 청취하러 출장 중이어서 사진을 함께 찍지 못했다.
양재편 인천서구지회장이 인천 서구노인복지관에 내걸은 지회 현판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오른쪽부터 김동현 사무국장, 양 지회장, 이은애 총무부장. 이형준 경로부장은 경로당 애로사항을 청취하러 출장 중이어서 사진을 함께 찍지 못했다.

인천서구지회에서만 볼 수 있는 ‘경로당애로사항청취위원회’(백세시대 신문 654호 보도)의 설립 배경이다. 지회의 수석부지회장, 경로당 회장 2명, 지회 경로부장 등 4명이 한 팀이 돼 하루 4~5곳의 경로당을 방문, 비품 현황을 조사하고 현안을 듣는다. 지난 1월 8일, 백석한들경로당 등 관내 5개 경로당 방문을 시작으로 2월 말 현재 27개 경로당을 찾았다.

-어떤 요구가 많은가.

“노후 물품 교체, 생활도우미 운영 방식, 일자리 문제 등이다.”

-어떻게 조치를 취하나.

“지회는 경제력이 없어 구청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매월 두 차례 이재현 서구청장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협조를 구한다.”

-구청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는가 보다.

“구청장이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고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만도 5000만원 상당의 TV·냉장고·세탁기 등을 교체·구입해주었다. 또, 오래 전에 보급한 안마의자 중 낡은 의자를 렌털 방식으로 바꿔주고 있다.”

양 지회장은 이어 “환경에 관심이 많은 서구청은 ‘클린 서구’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전 경로당에 칼·도마, 손소독기를 지원해주었고 경로당에서 다치거나 화재가 났을 경우에 대비해 보험도 들어주었다”고 덧붙였다.

-게이트볼에 강한 지회라고 들었다.

“구청에서 게이트볼 대회 운영비를 지원해준다. 8개 팀이 한꺼번에 게임을 치를 수 있는 대형 실내게이트볼 경기장이 관내에 있다. 그곳에서 지회장기, 연합회장기 대회도 치른다.”

인천서구지회는 전국 체전에서 대통령기, 국무총리기를 휩쓰는 등 전국 대회에 나가면 평균 3위 안에 드는 실력을 갖추었다. 15년간 볼을 친 양 지회장은 게이트볼 1급 심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김동현 사무국장은 “관람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여느 지회장들과 달리 양 지회장님은 경기장 가까이서 선수들을 코치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고 거들었다.

양재편 지회장은 인천 서구 검단 출신으로 군 제대 후 교사생활을 했다. 교직을 떠난 후 새마을운동, 향토예비군 관리 등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했다. 인천 검단노인게이트볼연합회장, 서구지회 검단분회장, 서구지회 수석부지회장 등을 역임했다. 인천 서구노인복지관 운영위원장, 대한노인회 인천연합회 부회장으로 있다.  

-대한노인회와 인연은.

“검단 대곡동 태정마을 노인회가 구성되자 주위에서 회장직을 권했다. 그곳 경로당 회장에 이어 동사무소 내 20개 경로당 관리를 3년간 했다. 이후 검단 5개 동, 90여개 경로당을 관리하는 회장직을 3년간 맡아 하다 지회에 들어오게 됐다. 매번 선거를 치렀다.”

-선거에서 이기는 걸 보면 정치에도 관심이 있었나 보다.

“1960~70년대 우리 사회에 부정부패가 많았다. 비록 개인의 힘은 미미하지만 국가를 바로 세우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큰 뜻을 품었으나 기회가 오지 않았다. 당시 이루지 못한 뜻을 지금 노인 회장으로서 착실하게 이루어가고 있는 셈이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노인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인정해주어서인지 국가가 ‘국민포장’을 내려주었다. 개인적으로 그보다 더 큰 영광이 없다.”

-지회 운영 철학이라면.

“경로당을 방문하면 회장 이하 회원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낮은 자세로 다가가 그분들을 포용한다. 주변에서 ‘요즘 같은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디 있나’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자세로 지회를 운영해나갈 각오다.”

-남은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일이라면.

“저에게 표를 주었다고 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로당 회장들은 여느 회원들과 달리 운영에 나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봉사를 하고 계신다. 사비를 써가면서 일을 할 때도 많다. 그처럼 헌신하고 애를 쓰시는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도록 활동비를 지원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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