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집
광륜사 플라타나스 고공 우듬지에
아근바근하는 공방 하나 지은 것은
남들이 올려다보기 때문이 아니다
부처님 훔쳐보고
스님 독경 듣기 위함이니
갈 길 알기 때문이다
삭정이로 얽매어 엉성한
공방 하나 지은 것은
바람이 가지 흔들면
속세홍진 털어내기 위함이니
빈 몸으로 가야함을 알기 때문이다
자운봉 보이는 곳에
공방 하나 지은 것은
그 너머 황혼을 보기 위함이니
짚세기 신고 참대지팡이 짚고
한 번 가면 다시 못 올
갈 길 하도 먼 것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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