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꽃눈이 막 눈 뜨려는 나뭇가지에
밤새 눈이 내려
파르르 파르르 눈꽃이 피었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김춘수의 시‘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서 차용
봄을 바라고 서 있는 사내의 관자놀이에만 파르르 정맥이 떠는 것은 아니다. 저 나무는 온 몸으로 봄을 맞이하고 있다. 겨우내 꽃봉오리를 만들고 이제 곧 눈을 뜨고 환하게 세상을 맞이하러 오기 전, 파르르 어깨를 떨며 잔가지와 잔가지를 서로 맞대고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서로의 볼을 비비며 눈꽃을 빛내고 있다. 눈이 와서 세상은 서둘러 봄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저 눈꽃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벌써 봄 속에 와 있겠지만, 올 봄은 작년과 조금은 달라지기를, 조금 더 나은 생활이기를, 좀 더 건강하기를. 많은 소망이 저 꽃눈에 담겨서 빛나고 있다. 꽁 꽁 얼어붙은 겨울의 기억은 봄눈 녹듯이 다 사라지고 따뜻한 햇살만 비추는 늘 봄날만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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