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만 이용하는 대한노인회 충북 보은군지회 ‘산수경로당’ 인기
80세 이상만 이용하는 대한노인회 충북 보은군지회 ‘산수경로당’ 인기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2.21 20:56
  • 호수 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김순근기자]

고령화 사회의 신 풍속도…“자식뻘과 같은 경로당 있기 불편” 

80대 이상 남성들 “인생경험 비슷하고 대화가 통해 좋아”

지난 1월29일 문을 연 충북 보은군 마로면 산수경로당. 80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지난 1월29일 문을 연 충북 보은군 마로면 산수경로당. 80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며 80세 이상 초고령층이 증가함에 따라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는 경로당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80대 이상 노인들 사이에서 같이 늙어가는 처지지만 60~70대와는 같은 경로당을 이용하는 것에 불편함을 갖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80세 이상 이용가’ 경로당이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

충북 보은군과 대한노인회 보은군지회(지회장 이응수)는 1월 29일 마로면에 80세 이상 노인만 이용할 수 있는 ‘산수(傘壽) 경로당’을 개설했다. 

300~500m 떨어진 곳에 두 곳의 경로당이 있지만 80세 이상 어르신들의 ‘세대차’ 불편함을 해소하기위해 주민자치센터로 사용하던 건물을 경로당으로 개축했다. 특별경로당인 만큼 청소와 식사 등은 모두 경로당 도우미가 해결해 준다. 

‘산수(傘壽)경로당’ 이름에는 80세에서 100세까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게 보은군지회의 설명이다. 산수(傘壽)가 80세를 뜻하고 발음이 비슷한 상수(上壽)가 100세를 뜻하기 때문이다. 

보은군에는 이미 2개의 산수경로당이 있어 이번이 3호에 해당한다. 보은군과 보은군지회는 2011년 11월 보은읍 삼산리에 ‘산수경로당’을 국내 처음으로 선보였다. 2013년 8월에는 탄부면 매화2리에 산수경로당 2호가 생겼다. 

마로면에 3번째 산수경로당이 문을 열자마자 56명의 어르신들이 회원으로 등록했다. 최연소가 80세, 최고령이 93세다. 마로면 21개 마을에서 먼 거리를 마다하고 거의 매일 찾아오고 있어 그동안 새까만 후배들과 한 경로당을 이용하는데 따른 마음고생이 컸음을 말해주고 있다. 

마로면 산수경로당 구장회(90) 회장은 “기존 마을 경로당에 120명이 넘는 회원이 있지만 남자는 극히 적은데다 그나마 자식 친구도 있어 많이 불편했다”며 “이곳은 연배 차이도 많지 않고 각 경로당에서 모이다 보니 남자회원들이 많아 고독함과 외로움이 해결됐다”고 말했다. 

구민회(82) 어르신도 “마을 경로당에는 비슷한 연배의 친구가 없어 경로당에 가지 않고 배회한 적이 많다”며 “이제 언제든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정보교환도 하며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반겼다.

최고령자 93세 최해식 어르신도 매일 경로당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장기와 바둑을 두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산수경로당 1호인 보은읍 산수경로당 회원인 김충구(86) 어르신은 “읍내뿐 아니라 멀리서도 버스를 타고 찾아올 정도로 인기 있다”며 “모두 80을 넘긴 나이여서 인생경험도 비슷하고 대화도 통해 경로당이 잘 운영된다”고 말했다.

현재 마로면의 80세 이상 노인 320명중 여성 어르신은 222명이나 되지만 산수경로당에 등록된 회원은 한명도 없다. 이는 다른 산수경로당도 마찬가지 현상이다.

이에 대해 대한노인회 보은군지회 김장식 마로면분회장은 “여성들은 80세가 넘어도 기존 경로당에서 잘 지내고 있어 굳이 옮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경우 나이 차가 많아도 언니, 동생으로 잘 지내지만 남성들은 나이에 따른 서열의식이 강해 후배들과 터놓고 어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순근 기자 skkim@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