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개츠비는 위대하지 않았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개츠비는 위대하지 않았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2.28 18:13
  • 호수 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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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생활을 즐기는 자수성가한 싱글남자를 흔히 ‘개츠비’에 빗대곤 한다. 개츠비는 1925년 발간된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명장 ‘위대한 개츠비’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소설 속 개츠비는 원래 군 장교였다. 그는 데이지란 여성을 사랑했는데 그가 1차 세계대전이 반발해 전장으로 나간 사이 그녀는 뷰캐넌이라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개츠비는 군을 나와 돈을 벌기 시작했고 막대한 재산을 축적해 매일 수백명이 오가는 화려한 파티를 연다. 이로 인해 그의 대저택은 마치 ‘불타는 태양’처럼 하루종일 밝을 정도였다. 

소설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고 수많은 개츠비들이 탄생했다. 자기 스스로 성공해 남부럽지 않은 삶은 사는 사람은 누구나 개츠비가 됐다. 보통의 남자들은 개츠비라 불리는 이들에게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필자도 소설을 읽기 전까지 개츠비를 이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소설을 읽어보니 개츠비에 비유하는 게 썩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츠비가 죽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서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금주법이 시행되고 재즈가 유행하던 192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이때는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떼돈을 벌 수 있던 시기였다. 금주법이 발효되자 밀주는 큰 돈벌이가 됐다. 1차대전 승전으로 엄청난 돈이 유럽에서 밀려왔다. 라디오 등 각종 신기술은 속속 산업화됐다. 주가는 기록적으로 폭등했고, 월스트리트는 호황을 누렸다. 개츠비는 이런 시대적 배경을 이용, 밀주를 약국에 공급하고, 채권 사기를 쳤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부정하게 돈을 번 그의 말로는 비참했다. 결코 존경받는 삶은 아니었다. 2006년 데뷔해 10년간 정상에 머물렀던 보이그룹 ‘빅뱅’의 막내 승리(29) 또한 개츠비에 비유되곤 했다. 가수 수입 외에도 일본식 라면인 ‘라멘’ 프랜차이즈 사업을 비롯 손대는 족족 성공시키며 ‘승츠비’라 불렸다. 하지만 최근 그는 개츠비처럼 몰락하고 있다. 

개츠비에게 불타는 태양처럼 매일 밝았던 대저택이 있었다면 승리는 ‘버닝썬’이라는 음주가무를 즐기는 클럽을 소유했다. 최근 이 클럽의 온갖 비리가 밝혀지면서 모든 화살이 승리를 향하고 있다. 아직 명확히 밝혀진 건 없지만 마약, 성범죄 등 속속 드러나는 증거만으로도 대중은 충격에 휩싸였다.

승리는 이에 대해 자기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는 한 방송에 출연해 버닝썬을 알리며 자신은 바지사장이나 얼굴마담이 아니라고 했었다. 그러다 사건이 줄줄이 터지자 자신이 경영은 안했다고 발을 빼고 있다. 바지사장이든 실제 경영을 했든 어느 쪽도 책임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개츠비는 죽음으로 모든 죄에서 벗어났지만 승츠비는 현실에서 끝까지 책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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