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설중매
[디카시 산책] 설중매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9.02.28 18:21
  • 호수 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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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중매<雪中梅>

꽃샘추위가      

서둘러 온 봄을 꼬옥 안아주고 있네

흥!


눈 속에 핀 매화를 설중매라고 한다. 예로부터 매화는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4군자라 하여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난초를 청초하다고 하고, 대나무를 대쪽 같다고 하고, 국화를 원숙한 아름다움에 비유했다면 매화는 고매한 지조와 무엇보다 달빛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물로 여겨져 옛 작품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한다. 다른 나무들이 모든 잎들을 털어버리고 죽은 듯이 겨울을 날 때 매화만은 어떤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고즈넉한 향기를 퍼트리며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워 올린다. 시련이 깊을수록 그걸 견디는 힘과 오기는 오히려 더 강해진다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한낱 눈송이 하나라도 쌓이고 쌓이다 보면 나뭇가지도 부러뜨린다. 저 가냘픈 꽃송이가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보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병 주고 약 주는 저 꽃샘추위가 너무 얄밉다. 

빙자옥질(氷姿玉質)이여 눈 속에 네로구나

가만히 향기 놓아 황혼월(黃昏月)을 기약하니

아마도 아치고절(雅致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안민영(조선 후기의 가객)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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