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우울증의 특징과 원인, 갑자기 기억력 저하되고 소화 안 되는 노인 우울증
노인우울증의 특징과 원인, 갑자기 기억력 저하되고 소화 안 되는 노인 우울증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2.28 20:09
  • 호수 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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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이수연기자]

건강·경제력·관계 상실이 첫 번째 원인… 인지능력 떨어져 치매 오인 

이유 없는 통증 2주 넘게 계속 되기도… 약물 치료로 대부분 증상 호전

우울증은 기분 장애의 한 유형으로 무기력하고 즐거운 기분이 들지 않고 2주 이상 대부분의 활동에서 흥미가 상실되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병이다. 그러나 65세 이상 노인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은 다른 연령대와는 달리 신체 증상과 인지기능 저하가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인다. 

노인에게서 발생하는 우울증은 청‧장년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우울장애와 65세 이후 첫 우울 장애를 보이는 노인 우울증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방송인 전원주(79) 씨는 방송에서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털어놓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우울 증세가 나타난 전 씨는 사람을 못 알아보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노인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났는데 자신은 치매로 오인했었다고 고백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중 21.1%가 우울 증상이 있으며 6.7%가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응답자 중 자살을 시도한 응답자는 13.2%로 조사됐다. 노인 우울증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기억력 떨어져 치매로 오인

노인 우울증은 노년기에 겪게 되는 각종 상실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질병과 장애로 인한 건강의 상실, 퇴직 이후 경제적 능력의 상실, 배우자나 친척 등 가까운 사람과의 사별, 가족과의 분리 등으로 인한 대인관계의 상실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신체의 노화도 우울증을 일으키는 원인의 하나가 되기 때문에 노인들의 경우 우울증 진단을 받기까지 증상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거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해 넘기는 경우가 많다.  

노인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져 치매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울증으로 인한 인지 장애는 치매와 달리 기억력 장애가 발생한 기간이 짧으며, 인지기능 손상이 갑자기 나타난다. 

이런 상태를 가성치매라고 한다. 가성치매와 노인성치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지기능의 회복 가능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기능이 계속 퇴화되는 노인성치매와 달리 가성치매는 우울증에서 회복되면 인지기능도 함께 회복될 수 있다. 또한 치매 환자는 인지능력 저하를 속이거나 숨기려 하는데 가성치매 환자는 숨기기보다는 드러내며 증상을 호소하는 특징이 있다. 

◇식욕부진·무기력·통증을 노화 현상으로 오해

노인 우울증은 인지기능과 신체기능의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되고, 음식을 먹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떨어지는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 먹는 것에 소홀하게 된다. 또한,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몸의 구체적인 통증으로 드러나는데, 두통이나 각종 관절의 통증을 주된 증상으로 호소하기도 한다. 

만약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모호한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소화불량이나 통증, 무기력증 때문에 일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만약 방치한 채로 소화기 약물이나 각종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우울증 치료가 늦춰질 수 있다. 이밖에도 설사나 변비, 피로감, 발한, 건강 상태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비롯해 망상·초조함도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주변 관심과 사회적 관계 맺기로 예방

이처럼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노인성 우울증은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치료 방법이나 약물 투여 방법이 다르게 나타난다. 노인들은 특히 개인마다 신체 질환이나 만성 질환이 있을 수 있고, 이미 복용하고 있는 약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약물 복용과 방법을 환자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김태석 교수는 “노인우울증의 경우 약물을 복용할 때는 최소 용량으로 시작해 천천히 늘리고, 한꺼번에 복용하는 것보다 나누어 복용하는 것이 좋다”며 “복용 방법이나 횟수를 단순화하고, 개인의 특성에 따른 처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를 할 때는 비약물 요법을 병행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약물 요법에는 정신치료, 전기경련요법이 대표적이다. 

정신치료는 인지기능 손상이 없거나 극미한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또한 약물치료의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돼 반응을 증진시키고, 재발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정신치료로는 역동적 정신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 집단치료, 가족치료 등의 방법이 있으며, 개인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신경련요법은 관자놀이에 전극을 붙여 전류를 흐르게 해 발작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항우울제 복용을 거부하거나 항우울제를 복용했으나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심각한 정신적 증상을 동반하거나 자살 위험도가 높은 환자, 이전에도 정신경련요법으로 효과를 본 환자들이 치료 대상에 속한다. 

노인 우울증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은 2주 이상 지나면 잠을 잘 자게 되고, 식욕을 되찾을 수 있다. 한 달 정도가 되면 우울한 기분이 해소되는 등 주요 증상이 호전되어 가기 때문에 의사의 지시 없이 약을 끊거나 병원 방문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우울증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1년 정도 꾸준히 치료받는 것을 권한다.   

또한 노인 우울증은 평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서도 일부 예방이 가능하다. 매일 10분 이상 햇볕을 쬐고,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사람들과 자주 만날 수 있는 곳을 방문하는 등의 활동으로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도 좋다. 

노인층은 청·장년층보다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노년기 우울증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노인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세심한 관심과 적절한 사회적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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