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노동 가동연한’ 65세 상향 판결의 파급력, 6개 광역지자체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높여야”
대법원 ‘노동 가동연한’ 65세 상향 판결의 파급력, 6개 광역지자체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 높여야”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9.02.28 20:26
  • 호수 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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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조종도기자]

노인 기준연령 상향 논의 본격화될 듯… 車보험료 등 인상 요인 생겨

당장 큰 틀의 변화는 없어… 복지부 “여건 갖춰진 후 사회적 합의가 먼저”

지난 2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노인 기준연령 조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하철을 타는 한 어르신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동 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노인 기준연령 조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하철을 타는 한 어르신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면서, 당장 보험료가 크게 오르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추측성 보도들이 쏟아졌다. 노동 가동연한은 노동에 종사해 소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한 연령을 가리킨다.

당장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6개 광역지자체는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받는 노인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들 광역지자체는 26일 “노인 법정 무임승차로 인해 연간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 손실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처럼 노동 가동연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파급효과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과연 국민의 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이 판결이 파기환송심을 거쳐 최종 확정되면 바로 법률적 효력이 생긴다. 법원이 평가하는 손해배상금 기준이 달라져 배상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 업계, 보험료 인상 요인 생겨

보험업계에 따르면, 노동 가동연한이 5년 늘어나면 사망자나 부상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이 증가해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긴다.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11월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보험개발원의 추산 자료를 인용해 “가동연한 5년 상향으로 자동차보험의 연간 지급보험금이 1250억원 늘어나고 최소 1.2%의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1인당 연간 6000원 정도의 인상 요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험가입자의 과실로 상대방이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는 ‘배상책임 보험’도 지급보험금이 증가해 보험료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 보험금 지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 보험료 인상이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년이 연장될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근거로 국민 평균수명이 1989년 ‘남자 67세, 여자 75.3세’에서 2017년 ‘남자 79.7세, 여자 85.7세’로 늘어난 점을 들었다. 또한 법정 정년이 만 60세 이상으로 연장된 점, 국민연금 연금수급개시연령이 2033년 이후부터 65세로 변경되는 점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근거로 판결된 육체노동 가동연한의 상향은 근로자 정년을 65세로 늘리자는 주장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 지급연령이 65세로 늦춰지는 만큼 5년간의 소득공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는 것.

그럼에도 정년이 연장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2013년 정년을 의무화하는 법 규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고, 60세 정년이 전면 시행된 것은 불과 2년 전인 2017년부터이기 때문이다. 또한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 연장은 세대 간 일자리 다툼을 초래할 수도 있기에 정부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노인 기준연령 조정논의는 가속화될 듯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노인 기준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월 24일 노인 기준연령 상향과 관련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공식 제안했다.

노인 기준연령 상향 논의는 2015년 5월 대한노인회 이사회가 ‘노인 기준연령 상향조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함으로써 공론화의 물꼬가 트였다. 정부도 그해 3차 저출산·고령사회계획에서 같은 안을 제시했고, ‘2017 경제정책방향’을 통해서도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것은 노인 기준연령 상향에 따라 각종 노인복지 혜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와 이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기준연령이 상향되면 기초연금, 지하철 무료이용,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국민연금 등이 줄줄이 영향을 받게 된다.

지하철 무료승차에 대한 광역지자체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도시철도 무임승차자는 4억4000만명으로 전체 승객의 17.5%를 차지했고, 그에 따른 운임 손실은 592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국 7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적자(1조347억원)의 5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광역지자체들도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당장 올리자는 것은 아니다.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를 중앙정부가 보전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차제에 무임승차 연령 상향을 논의하자는 뜻이다. 

복지부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국민연금 및 노인 복지혜택 수급 연령 상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는 정년연장, 고령자 소득향상 등 제반여건이 갖춰진 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다”이라고 밝혔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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