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보조금 민원 “난방비 남았다고 운영비로 쓰시면 안 돼요”
경로당 보조금 민원 “난방비 남았다고 운영비로 쓰시면 안 돼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3.08 10:45
  • 호수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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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A분회 사례로 본 경로당 보조금 민원 문제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방재정법 따라 용도 외 사용은 위법… 남는 보조금은 꼭 반납해야

국고보조금 정산은 선택 아닌 필수… 전산회계프로그램 도입 움직임

경기 포천의 한 경로당에서 보조금 정산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전산회계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경기 포천의 한 경로당에서 보조금 정산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전산회계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운영비, 난방비, 중식 재료비를 한 통장에 다 넣어줘서 난방비가 남으면 운영비로 써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지난 3월 5일 부산의 모 지회 A분회의 B 분회장은 최근 소속 경로당 통장을 일제히 반납했던 소동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은 부산에서 유일하게 운영비, 난방비 외에 중식 재료비를 추가로 지급해왔다. 그간 소속 경로당들은 회원 대부분이 90대 가까운 고령이고 취사장비도 없어 중식 재료비를 회식비로 사용해 회계처리를 해왔다. 지난해까지 이에 대해서 특별한 제제가 없었지만 올해 들어 갑자기 원래 용도로만 사용하라고 하면서 갈등이 일어났다. B 분회장은 “지자체와 대화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았지만 애초에 현장 상황을 고려해 보조금 예산을 편성했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현재 경로당의 최대 애로사항 중 하나는 보조금 문제다. 실제로 용도 외 보조금 사용과 정산 문제로 인한 민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경로당은 지방재정법에 의거해 운영비 및 난방비 등을 보조금으로 받고 있다. 회원 수에 따라 다르지만 매일 점심을 함께 먹을 경우 50~60만원의 운영비가 필요하다.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금 등으로 여윳돈을 가진 경로당은 큰 문제가 없지만 상당수 경로당들은 돈이 모자라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로 인해 일부 경로당은 겨울에 지급되는 난방비를 아껴서 이를 운영비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이는 현행 법규정을 위반하는 행동이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보조금은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하고 남았을 경우 반납해야 한다. 또 용도 외에는 사용해선 안 된다. 가령 난방비를 100만원 받아서 20만원이 남았다면 지자체에 반납해야지 이를 운영비로 사용하면 지방재정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 다른 불만 중 하나인 통장을 두 개씩 관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재정법은 보조금 용도에 맞게 통장을 개설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A 분회와 지자체 간 갈등의 경우 당초 먼저 지자체에서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지속적으로 보조금 정산 교육을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한 통장에 세 개의 보조금을 일괄 지급해 고령인 어르신들에게 혼란을 준 것이다. 올해 초 해당 지역 의회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후에야 통장을 분리해 바로잡기에 나섰고 전후 사정을 모르는 어르신들과 갈등을 빚게 된 것이다. 결국 법 개정이 되지 않는 한 보조금 교차 사용은 해선 안 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어르신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싶어도 법을 위반할 수 없다”면서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올바른 보조금 사용법을 정착시키는 게 현재까지 최선”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교차 사용과 함께 가장 많이 제기되는 보조금 불만이 정산 문제다.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정산의 의무를 갖게 된다. 

경로당뿐만 아니라 모든 보조사업자에게 적용된다. 다만 경로당 회원들이 대부분 고령이고 회계 업무가 서툴러서 그간 정산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의회가 이를 빌미삼아 경로당을 나랏돈을 마구 쓰는 파렴치한 집단으로 몰기도 한다. 물론 극히 일부 경로당에서 보조금을 잘못 사용하긴 했지만 대부분은 회계 처리 실수로 벌어진 일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지회 경로부장 등이 나서서 정산 문제를 돕고 있지만 업무 과중 등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경로당 전산회계프로그램 도입이 주목받고 있다. 2016년 경기 포천시지회에서 처음 도입한 시스템으로 이후 화성시 등 여타 지역에서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기존 회계 프로그램과 달리 복잡한 기능을 빼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날짜, 수입과 지출, 사용처 등만 입력하면 끝이다. 회원명부도 관리할 수 있고 각종 행사일정도 조회할 수 있어 경로당 운영에도 도움을 준다. 또 지자체에서도 깔끔하게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회계처리를 진행해 회계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포천시 관계자는 “전체 300개 경로당 중 200개 경로당에서 전산 회계로 운영되면서 회계 처리가 빨라지고 잡음도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효과로 인해 경기연합회는 소속 경로당 9000여곳 중 컴퓨터를 보유한 2000여곳을 대상으로 전산회계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연합회 관계자는 “전산회계프로그램 도입은 투명한 경로당 운영과 각종 민원 해결에 가장 적합한 해법”이라면서 “노인일자리 등과 연계해 교육 등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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