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미세먼지가 바꿔 놓은 거리풍경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미세먼지가 바꿔 놓은 거리풍경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3.08 13:46
  • 호수 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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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필자는 출근 때마다 아내와 신경전을 벌인다. 미세먼지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아내는 매번 새 마스크를 꺼내 주며 쓰라고 강요하고 상대적으로 둔감한 편인 필자가 극구 거절하면서 매일 같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5~6년 전만해도 미세먼지라는 단어는 생소했다. 당시만 해도 황사가 더 큰 사회적 문제였다. 그러다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급부상했고 급기야 지난 대선에 핵심 쟁점으로도 떠올랐다. 

미세먼지는 많이 알려졌다시피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를 말한다. 대략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가량(초미세먼지는 20분의 1)정도 된다. 초라할 정도로 작은 그 먼지들이 수많은 질병을 일으킨다니 아이러니하다.

사회문제로 급부상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거리 풍경을 단박에 바꿔놓았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 거리 곳곳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하다. 필자처럼 둔감한 사람들마저도 등쌀에 밀려 마스크를 쓸 정도니 말이다. 세기말 영화 속 주인공들이 쓰고 다니는 방독면을 연상시키는 방진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겨울엔 ‘삼한사미’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날씨가 추운 날에 미세먼지가 주춤하고 풀리면 기승을 부리는 것을 빗댄 말이다. 실외 근무자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공기청정기와 마스크 제조업체는 마냥 반기기만은 어려운 호황을 맞고 있다. 

퇴근길 자주 가던 치킨집도 미세먼지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월 6일 하루동안 문을 열지 않았다. 청년사업가들이 운영하는 치킨집은 특성상 문을 열고 팔았는데 이날만큼은 양심상 팔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역시 미세먼지가 바꿔 놓은 풍경이다.

이런 저런 정황을 모아보면 현재 대한민국엔 ‘페스트’(흑사병)에 버금가는 미세먼지란 전염병이 돌고 있는 느낌이 든다. 더군다나 원인도 규명 못하고 있으니 치료법을 찾지 못해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흑사병을 닮지 않았나.

몇 해 전 한반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와 달리 이번 ‘전염병’은 오래 갈 것 같다. 지난해부터 연합회와 지회의 노력으로 다시 활기를 띤 경로당이 또다시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든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2014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외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작품은 사막화로 인해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미세먼지, 아니 모래바람 없는 세상을 찾아낸다. 늘 전염병을 몰아냈듯 미세먼지 없는 풍경을 되찾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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