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손짓
언덕 가장자리에
주눅이 든 꽃나무들이
겨울 끝자락을 부여잡고
우두커니 서있다
지나가는 바람숨결에
가슴엔 동상도 풀지 못한 채
아침 햇살은 서툰 걸음으로
봄을 한 아름 안고 온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초록이들
뽀얀 안개 허리를 감싸고
보톡스를 맞은 양
섹시한 입술을 자랑한다
창문 옆 목련이 통통한
봉오리를 넌지시 내밀고
한 켠에 자란 난초는 거꾸로 매달려
여친을 그리워하는 몸짓을 한다
어서 오라! 봄아
희망이 싹트는 마음의 고향
길 너머 오시는 손님
그 설레는 행로에 함께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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