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민망해도 봄소식 전하는 ‘큰개불알꽃’
이름 민망해도 봄소식 전하는 ‘큰개불알꽃’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3.08 14:22
  • 호수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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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월에 보라색꽃… ‘봄까치꽃’으로 개명운동도

큰개불알꽃

‘내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세상에 이름없는 꽃은 없다. 이름모를 꽃은 있을 뿐. 그래서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한구절처럼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꽃이 된다. 그런데 이름을 불러주고 싶지만 부르기에 민망한 꽃도 있다.

작년 4월 방영된 SBS ‘싱글와이프2’에서 임백천․김연주 부부가 제주도의 한 오름을 산책하다 작고 앙증맞은 남색의 꽃들을 발견한다. 아내 김연주가 꽃이름을 궁금해하자 임백천은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이름을 찾다 떠오른 이름을 보고 “허허~”하며 난처한 웃음을 내뱉었다. 김연주가 “이름이 뭔데 그래?”라며 재촉하지만 임백천은 방송용으로 부적합하다며 끝내 입을 다문다.

문제의 그 꽃 이름은 ‘큰개불알꽃’(사진)이다. 보통 남쪽지방에서는 2월을 전후해, 중부지방에서는 4월을 전후해 남색 계열의 꽃을 피운다. ‘큰’자가 붙은 꽃이름과 다르게 꽃의 지름이 보통 1cm 내외로 아주 작다. 꽃모양도 깜찍하게 생겨 ‘거시기’한 느낌의 꽃이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꽃 이름은 8~9월에 열리는 작은 씨주머니의 씨방 모양에서 따왔다. 두 개로 벌어지는 씨방 생김새가 개의 음낭처럼 생겨 일본 학자가 붙인 이름을 그대로 번역했다. 

이 독특한 이름때문에 꽃을보고 큰개불알꽃이라 부르면 대부분 웃기려고 농담하는줄 안다.

때문에 야생화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일본식 이름대신 봄까치꽃으로 부르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봄을 알리는 봄까치처럼 이른 봄에 피어 봄을 알리는 꽃이므로 봄까치꽃이 어울린다는 주장이다.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이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김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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