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에 리메이크된 영화 ‘빠삐용’…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던 남자 이야기
46년 만에 리메이크된 영화 ‘빠삐용’…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던 남자 이야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3.08 14:30
  • 호수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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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기 현대적 재현…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 열연

“이놈들아, 나는 이렇게 살아 있다.”

1973년에 개봉한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대사다. 홍등가의 포주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탈옥이 불가능하다는 악명 높은 감옥에 수감된 ‘앙리’(빠삐용)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린 작품은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절박함이 결집된 명작으로 꼽힌다. 빠삐용이 탈출을 위해 거대한 파도에 몸을 맡기는 마지막 장면은 현재까지도 긴 여운을 남긴다.

이런 빠삐용이 46년 만에 리메이크 돼 돌아왔다. 최근 막을 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월 27일 개봉한 ‘빠삐용’은 앙리 샤리에르가 1969년에 발표한 동명의 자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번 작품은 전작과 원작 소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1973년 버전에서 묘사된 1930년대 프랑스 도심과 악명 높았던 프랑스령 기아나의 생 로랑드 마로니 교도소, 죽음의 섬 등 거의 모든 장소가 현대적으로 재현됐다. 이번 작품에선 전작의 스티브 맥퀸이 열연을 펼친 빠삐용 역할은 찰리 허냄이, 더스틴 호프만이 연기한 드가는 라미 말렉이 맡았다. 앞선 버전이 탈옥 과정에 집중했다면, 이번에 작품은 앙리 샤리에르의 인생에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의 잘나가던 금고털이범 빠삐용은 살인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죽어야 나올 수 있다는 기아나의 끔찍한 감옥에 갇힌다. 탈옥을 결심한 그는 백만장자 드가를 지켜주는 대가로 그에게서 탈옥에 필요한 돈을 받기로 결심한다. 우발적으로 실행된 첫 번째 탈옥의 결과 빠삐용은 2년 동안 말하는 것조차 금지된 독방에 갇힌다. 와신상담 끝에 두 번째 탈옥을 시도, 콜롬비아까지 가는데 성공하지만 이들을 밀고한 수녀에 의해 또 5년 동안 독방 신세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삐용은 포기하지 않고 자유를 향한 투쟁을 이어나간다.

이번 작품에서도 비참한 교도소 생활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빠삐용이 갇힌 교도소는 인간의 영혼과 육신을 파멸시키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건장한 빠삐용은 지네와 바퀴벌레로 연명하는 혹독한 감금 생활로 급격히 쇠약해졌다. 특히 그의 정신과 육신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독방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느낄 정도다. 이곳에서 그의 육신은 죽어갔지만 되레 자유를 향한 의지는 더 빛났다. 결국 수많은 실패와 역경 속에서 마침내 그는 한 마리의 나비(빠삐용)가 돼 자유를 되찾는다.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 못지않게 찰리 허냄과 라미 말렉의 연기가 빛을 발했다. 독방 감금 상태에서의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 18㎏을 감량했다는 찰리 허냄은 자유를 향한 갈망을 온몸으로 표현해낸다. 

라미 말렉은 유약한 드가 그 자체였다. 흔들리는 눈빛부터 말투까지 오스카상을 안긴 ‘프레디 머큐리’와는 완전히 다른 연기를 선보인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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