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뮤지엄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전…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그리기’의 매력
디뮤지엄 ‘I draw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전…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그리기’의 매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3.08 14:32
  • 호수 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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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냄새‧소리 접목해 오감으로 감상하게… 일러스트레이션 등 350여점

애니매이션으로 표현한 ‘꽃의 이야기’, 유머 섞인 ‘일요일’ 등 눈길

이번 전시는 카메라로 찍는 영상의 시대에 그리는 행위의 의미를 탐색한다. 사진은 언스킬드 워커의 ‘옥스포드 보이2’(2017)
이번 전시는 카메라로 찍는 영상의 시대에 그리는 행위의 의미를 탐색한다. 사진은 언스킬드 워커의 ‘옥스포드 보이2’(2017)

20세기 들어서기 전까지만해도 그림은 독보적인 시각이미지였다. 하지만 카메라의 등장과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나면서 사진과 영상에 그 자리를 완전히 내줬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몇 번의 터치만으로도 누구나 근사한 시각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더해 사진과 영상을 세련되게 꾸며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해 그림의 대중적인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모색한다.

사진과 영상의 시대에 ‘그리는 행위’가 가진 의미를 들여다보는 전시가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9월 1일까지 진행되는 ‘I draw(나는 그린다) :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전에서는 일러스트레이션, 오브제, 애니메이션 등 350여 점을 통해 드로잉의 매력을 살핀다. 특히 전시공간을 참여 작가 16인의 작업 세계에 영감을 준 창문, 정원, 응접실, 박물관 등의 공간으로 조성했다. 여기에 향(scent), 사운드(sound) 등을 접목, 오감을 활용해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엄유정의 ‘드로잉, 모든 것의 시작’이 관람객을 맞는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엄유정은 주변에서 마주친 인상 깊은 장면이나 대상을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그려냈다. 아이슬란드의 드넓은 설경에서부터 자신에게 깊은 인상을 준 인물, 동식물 등 일상에서 마주친 소재를 담아냈다.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정감이 느껴지는 그의 드로잉은 유튜브로 대변되는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적 감성을 전달한다.

이어 만날 수 있는 피에르 르탕의 ‘낯선 사물을 찾다’와 크리스텔 로데이아의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공간도 눈여겨볼 만하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베트남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피에르 르탕은 아시아적 감정을 담은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10대의 나이에 ‘뉴요커’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하기도 한 그는 연필과 인디언 잉크 등으로 단순하게 작업하는 것을 즐긴다. 그는 ‘창’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창과 창 사이 혹은 창문 너머의 풍경, 창문 너머의 또 다른 창을 화폭에 담는다. 때문에 그의 전시공간 또한 관람객이 창문 너머 작품을 관람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크리스텔 로데이아 또한 연필과 잉크를 사용해 세밀한 밑그림을 그린 뒤 디지털로 채색한 그림들을 보여준다. 프랑스 출신인 그의 작품에는 주로 여성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중심인물인 여성의 주변 인물이나 그를 둘러싼 세계와 여성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보여 주는 그의 작품에서는 순수함과 아름다움, 연약함과 묘한 잔혹성, 경쾌함과 유머가 어우러진다. 

크리스텔 로데이아의 ‘비밀1’(2018).
크리스텔 로데이아의 ‘비밀1’(2018).

앞선 작가들이 다소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그린 그림들을 주로 선보였다면 오아물 루의 ‘낭만적인 계절을 걷다’에선 디지털 시대에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중국의 차세대 일러스트레이터로 꼽히는 오아물 루는 1988년생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것부터 시작해 이 이미지를 동영상 GIF 파일로 바꾸기도 하는 등 매체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한 결과물을 전시장에서 한데 모여 보여준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페인팅이 혼합된 수많은 빛깔의 자연 경관이 눈길을 끈다.

한국작가 람한 역시 태블릿이나 PC를 이용한 디지털 페인팅 작업을 선보인다. 화면 속 다양한 오브제들은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에서 건져 올린 단상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람한은 이 이미지들을 SNS 등을 이용해 자유롭게 프레임을 편집해 올려 온라인 사용자들과 유연하게 소통하며 함께 그림을 즐긴다.

자연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케이티 스콧은 움직이는 그림을 선보인다. ‘꽃의 이야기’는 그래픽 디자이너 제임스 폴리와 플라워 아티스트 아즈마 마코토와 협업해 꽃의 생활 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자연 신비와 아름다움을 담아 그림 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해티 스튜어트의 공간은 화려한 색상의 패턴으로 가득하다. 스스로를 ‘전문 낙서가’라 칭하며 광고와 현대미술, 패션 등 다양한 분야를 유연하게 아우르며 활동해온 그는 전시장에 낙서폭탄과도 같은 공간을 구현했다. 슈테판 마르크스의 그림도 전시장 벽을 가득 채웠다. 

이번 전시에서 유머러스하게 일요일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담은 ‘Sundaayyyssss(일요일ㄹㄹㄹㄹ)’ 등을 선보였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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