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 미션’ 87세 노인이 마약운반?… 이스트우드 명연기 펼쳐
영화 ‘라스트 미션’ 87세 노인이 마약운반?… 이스트우드 명연기 펼쳐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3.15 14:03
  • 호수 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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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11년 유명 원예가가 마약운반하다 적발된 ‘레오 샤프’ 사건 바탕

매력 넘치는 ‘얼 스톤’ 통해 가족에게 헌신하는 가장 잔잔하게 그려

서부극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명배우이자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명장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번 작품에서 10년만에 연기 겸업을 펼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서부극의 흥망성쇠를 함께했던 명배우이자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명장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번 작품에서 10년만에 연기 겸업을 펼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사진은 극중 한 장면.

지난 2011년 레오 샤프(당시 87세)라는 한 노인이 미국사회를 들썩이게 한다. 원예가로도 이름을 떨쳤던 그가 300만 달러가 넘는 마약을 운반하다 적발된 것이다. 드라마틱한 사정을 가진 최고령 ‘노새’(국경을 넘나드는 마약운반책을 뜻함, Mule)의 등장은 큰 충격을 주었다. 할리우드가 이를 지나칠리 없었다. 하지만 해당 배역을 맡을 마땅한 배우가 없었다. 대배우이자 명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10년 만에 침묵을 깨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레오 샤프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 ‘라스트 미션’이 3월 14일 개봉했다. 이제는 감독으로 더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과 함께 ‘그랜토리노’(2009) 이후 10년 만에 다시 연기까지 겸업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특히 이번이 그의 마지막 연기가 될 수도 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은 지역 내에서 원예가로 성공한 ‘얼 스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이 잘 나가던 때를 조명하는데서 시작한다. 얼은 직접 교배한 백합을 통해 올해의 원예가상을 수상하며 승승장구 하지만 하나뿐인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등 가족에게는 무신경하다. 그는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시대적 변화에도 코웃음을 치며 대응하지 않는다.  

결국 온라인 시장의 성장 때문에 얼의 농장은 문을 닫게 된다. 이미 가족에게 버림받다시피 한 그를 유일하게 인정해주는 건 손녀 ‘지니’뿐이었다. 농장이 망한 뒤 얼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지니의 결혼 전 파티에 참석하지만 전처와 딸로부터 손녀 결혼식에 금전적 지원도 못해주는 무능한 가장 취급을 받는다.

이때 초라하게 물러서는 그에게 한 남자가 접근해 단 번에 거액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얼은 수십 년간 원예가로 무려 40여개 주를 돌아다니면서도 단 한 번도 경찰에 검문을 받지 않은 운전자였다. 얼은 남자의 제안에 잠시 고민하지만 가족을 위해 수상한 배달에 참여한다. 순탄하게 첫 번째 일을 마친 그에게는 거액의 돈다발이 쥐어졌고 손녀의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게 된다.

이후 얼에겐 계속해서 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고 그때마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일에 참여하면서 점차 능력을 인정받는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미국 마약수사국의 유능한 요원 ‘콜린 베이츠’(브래들리 쿠퍼 분)가 수상한 냄새를 맡으면서 그를 쫓기 시작했고 얼의 고수익 부업 역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번 작품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것과 달리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된다. 이는 이스트우드가 연기한 얼 스톤의 매력에서 비롯된다. 얼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센스와 유머로 언제나 주변을 즐겁게 만든다. 특히 노인은 약자라는 편견을 날려버린다. 총기를 두르고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 마약밀매범들을 기싸움으로 압도하고 사업가다운 친화력으로 접근해 친구가 된다. 그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멕시코 갱단 2인자에게 “쏠 테면 쏴봐. 난 이미 살 만큼 살아서 하나도 겁이 안 난다”고 호탕하게 받아칠 때는 과거 서부극 시절 이스트우드의 젊은 패기가 되살아난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얼도 가족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얼은 외벌이로 살아온 모든 사람들을 대표한다. 혼자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선 부단히 돈을 벌어야 하고 더 많이 소득을 얻기 위해선 좀더 사회생활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가족에게 소홀해지는 수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때로는 가족의 중요한 행사를 제쳐두고 향후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외부 모임에 집중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한 행동이지만 가족들에겐 일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오해가 계속 쌓여서 결국 가족과 등을 지는 사람들도 많다. 단지 가정이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었을 뿐인데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얼 스톤도 그렇다. 그는 8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억척같이 돈을 벌었다. 잘 될 때도 있었지만 마무리는 안 좋았다. 결국 그는 망하고 나서야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가족에게 집중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참회를 위해 나서는 그의 행동은 동년배 노인들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일보단 가족이 우선이야, 가족들을 챙겨”라고 말하는 그의 말은 극장 밖을 나서고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었다. 

이스트우드 외에도 내로라하는 조연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주연배우로 우뚝 선 브래들리 쿠퍼가 이번에는 연기호흡도 맞췄다. ‘브로드웨이를 쏴라’, ‘한나와 그 자매들’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다이앤 위스트도 전처를 맡았고 ‘대부3’의 앤디 가르시아도 멕시코 마약조직 우두머리로 등장해 호연을 펼친다. 또 얼 스톤의 딸 훌리오 역은 실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딸인 앨리슨 이스트우드가 직접 연기해 사실감을 높였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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