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반납하는 모든 노인에 혜택 줘야”…운전면허 자진반납제에 개선 요구
“면허 반납하는 모든 노인에 혜택 줘야”…운전면허 자진반납제에 개선 요구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3.22 10:33
  • 호수 66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본지, 대한노인회 서울·부산·경기 지역 지회장들에 긴급 전화설문

“강화된 면허갱신으로 충분”, “시행 전 노인당사자 의견 수렴” 주장도

서울·부산 등서 시행한 고령운전자 자진반납 제도에 대해 노인지도자들은 모든 반납자에게 혜택을 줘야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3월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에서 노인들이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신청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부산 등서 시행한 고령운전자 자진반납 제도에 대해 노인지도자들은 모든 반납자에게 혜택을 줘야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3월 15일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에서 노인들이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신청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과 달리 일부에게만 혜택을 주는데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안전운전하는 노인들도 위축될 수 있음으로 면허 갱신 제도를 더 강조해야 합니다.”

최근 대한노인회 서울‧부산‧경기 등 광역자치단체에 추진하고 있는 ‘고령운전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이하 자진면허반납)에 대한 노인지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을 요약하면 이렇다. 본지에서 지난 3월 11일 서울‧부산‧경기 지역 지회장 20명(서울 7명, 경기 9명, 부산 4명)에게 자진면허반납에 대해 물어본 결과 절반에 못 미치는 8명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보인 12명의 지회장들은 면허를 반납하는 사람 중 일부에게만 혜택을 준다면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면허증을 반납하는 고령 운전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지자체는 부산이다. 부산시는 지난해 7월부터 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증을 반납하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 음식점, 이·미용업소, 목욕탕, 안경점 등 노인이 주로 이용하는 상업시설 등에서 일정액을 할인받을 수 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자진반납자 가운데 420명을 추첨해 10만원권 교통카드를 제공했다. 

서울시도 올 1월 1일 이후 운전면허를 반납한 70세 이상 고령 운전자 중 1000명에게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최초 1회에 한해 지급한다. 경기도 역시 면허 자진 반납자에게 교통비를 10만원 선에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대구시와 광주시 역시 관련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장롱면허’를 반납하고 10만원의 혜택이라도 받는 것이 좋다며 환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광역자치단체가 나서서 면허반납을 유도하는 건 고령운전자의 운전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제도 도입에 대해서 찬성한다고 밝힌 김형식 경기 이천시지회장은 “오래 전에 운전을 그만둔 노인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반납한 사람 전체가 아닌 일부만 혜택을 준다면 하나마나한 일”이라고 말했다.

역시 지지하는 의견을 피력한 강대준 부산 사하구지회장도 “반납하면 혜택을 준다 해서 일찍 면허를 제출했다가 혜택은커녕 동사무소와 구청을 전전하며 손해를 본 어르신들이 많다”면서 “할려면 제대로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혜택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극 반대 입장을 보인 12명의 지회장들은 안전운전을 하는 노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고령운전을 마치 음주운전과 유사한 심각한 문제로 몰아가는 현재 분위기에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

정용정 서울 종로구지회장은 “대부분의 노인은 운전이 어려울 경우 스스로 운전대를 놓는다”면서 “선한 의도라고는 해도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자진반납 운운하면 운전을 잘하는 분들도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순현 경기 고양일산동구지회장도 “꾸준한 자기관리로 인해 노인이어도 50대 못지않은 신체적 능력을 보유한 사람도 많다”면서 “노인 인구 증가로 자연스럽게 고령운전사고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고 건수로만 나이 많은 사람은 운전이 어렵다고 몰아가는 건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노인지도자들은 자진면허반납보다는 까다로워진 고령운전자 면허갱신만으로도 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양자 부산 수영구지회장은 “최근 면허를 갱신한 노인들 대부분이 한껏 어려워진 갱신 조건 때문에 더욱 안전운전을 하는 추세”라면서 “애초에 운전을 하면 안 되는 노인들은 갱신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운전대를 놓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노인지도자들은 탁상공론식 제도 도입보다는 충분한 토론을 거쳐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해야만 하는 노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충현 서울 강북구지회장은 “고령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는 공감하지만 당사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일방통행식 정책 설계는 민주주의국가의 방법이 아니다”라면서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노인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꾸준한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