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북도지사 “전북연합회 45년만에 단독회관… 어르신 웃음소리 가득하길”
송하진 전북도지사 “전북연합회 45년만에 단독회관… 어르신 웃음소리 가득하길”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3.22 10:54
  • 호수 6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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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서예가이자 시인… 전주한옥마을 조성 등 예술적 감수성 발휘 

올해 노인일자리 4만개 지원… 전국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아

“올해 전북도는 거점경로당 10곳을 시범운영한다.”

3월 20일, 전주시 완산구 효자로에 위치한 전북도청 도지사실에서 만난 송하진 전북도지사(67)의 말이다. 송 지사는 이어 “경로당, 복지관을 방문해 보면 경로당이 시간을 보내는 무의미한 공간이 아니라 취미생활도 하고 교육도 받고 식사도 하는 생활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며 “도는 접근성이 용이한 거점경로당에 1000만원씩 총 1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최근 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 노인회관을 지원해주는 등 노인복지에 남다른 관심과 열정을 보이는 송 지사를 만나 도 노인복지정책과 4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들었다. 송 지사는 1980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전북도청 사무관을 시작으로 전북도 지역경제국 국장, 행정자치부 지방분권지원단 단장(국장)을 지냈다. 전주시장(2006~2014년)을 역임했다.

-대한노인회 전북연합회 회원들이 무척 고마워한다.

“전북연합회 사무실을 가보니 복지관 한쪽을 사용하고 있어 복잡하고 비좁았다. 김두봉 전북연합회장에게서 45년간이나 독립된 공간 없이 지내 오셨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원래는 신축을 계획하고 1년여 대상지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땅이 없더라. 전주에서 가장 큰 도로인 백제대로 변에 약 4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숙원사업이던 단독건물을 마련, 이전하게 돼 저도 마음이 놓인다. 어르신들의 건강한 웃음소리가 회관 가득하길 바란다.”

-전북도를 소개해 달라.

“제가 전주시장할 때 구호로 많이 썼던 말이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이자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를 제일 많이 간직한 곳이 전북이다’. 한지의 80%를 여기서 생산하고 국악을 웬만큼 하는 분들이 이곳 출신이다. KBS 국악 프로를 여기서 촬영하고 G20 정상회담장을 전주가 장식했다. 전북이 없다면 외국인에게 한국적 정체성으로 무얼 보여줄 건가 고민했을 정도다.”

송 도지사는 이어 “무주의 태권도원에서 세계태권도대회를 열었으며 전주의 국립무형문화유산원은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우리 전통문화예술을 지켜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북도 노인인구는 35만8500여명으로 도 인구의 19.51%이다. 인구 5명 중 한 명이 노인이다.  

-노인 일자리 상황은 어떤가.

“제가 시장 때도 유별나다고 할 정도로 어르신 일자리의 중요성을 알렸다. 어르신들은 돈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회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 탄생 당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현 광주시장)에게 얘기했듯이 일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취직자리 못지않게 단기적인 어르신 일자리나 여성 일자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작년보다 1만 자리 늘린 4만개의 어르신 일자리를 만들었다. 전국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일자리이다. 중앙에서 지원하는 공익형, 시장형 일자리도 있고 주민센터, 복지관, 노인회에서 여러 형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돌봄에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도는 올해 총사업비 1조900여억원의 예산을 노인복지 및 시설에 투입한다. 기초연금·노인돌봄서비스·결식우려노인·노인회 활성화사업·건강검진 등에 대한 지원과 학대피해노인 전용쉼터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복지 증진을 꾀한다.

-경로당 시설 지원은 어떤가.

“농촌 어르신들은 외로움 때문에 공동생활을 하신다. 경로당이나 복지관이 삶의 행복을 느끼는 가정적인 분위기가 되려면 당연히 시설이 깔끔하고 편리해야 한다. 도는 그런 공간을 만드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홀몸 어르신들이 함께 식사도 하고 같이 주무시는 그룹 홈 경로당을 운영 중이다. 국비 외에 도비로 난방비를 지원해드리고 있어 돈이 부족해 따듯하게 지내지 못하는 일은 없다.”

-전주는 미세먼지 사정이 어떤가.

“미세먼지 배출량은 많지 않지만 몰려올 때는 농도가 진하다. 중국과 화력발전소가 집중된 충남에서 넘어오는 것으로 안다. 어르신들 건강을 위해 6월까지 도내 전체 경로당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할 예정이다.”

전북 김제 출신의 송하진 도지사는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고려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박사를 마쳤다. 송 도지사의 부친 강암 송성용은 한학자이자 서예가로 전주 톨게이트에 앞에 있는 ‘湖南第一門(호남제일문)’을 썼다. 평생 한복에 상투 틀고 갓 쓰고 한옥에 거처한 올곧은 선비였다고 한다.  

-인문학 성향이 강한 집안인 것 같다.

“우리 집안이 붓글씨 쓰고, 국어 가르치고, 그림 그리는 온통 그런 사람뿐이다(웃음). 여기 걸린 액자도 부친 작품이다. 제가 해놓은 게 아니고 역대 도지사들이 걸어놓은 것이라 제가 아버지 글씨 앞에 온 셈이다. ‘군량미 등 국가의 식량을 호남에 의지했으니 호남이 없으면 이 나라도 없다’는 의미로 이순신 장군이 호남의 중요성을 간파한 글에서 인용한 것이다.”

-부친으로부터 받은 교육은.

“아버지는 일본 단발령에 항거해 평생 상투머리에 갓을 쓰고 한복을 입으셨다. 상투머리를 고집한 이유는 할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구한말 성리학의 대가인 간재 선생의 제자로 학문이 깊었던 할아버지는 눈을 감기 직전 아버지를 불러 절대 머리를 깎지 말고 내 정신을 이어달라는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대인춘풍 지기추상’(자신에게는 가을서리처럼 엄하게, 타인에게는 봄바람처럼 훈훈하라)을 강조하셨다.” 

송 지사 역시 서예의 경지가 높다. 전북연합회 회관에도 송 지사의 글씨 액자가 걸려 있다. 송 지사는 시집 ‘모악에 머물다’(2006년), ‘느티나무는 힘이 세다’(2010년)를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대학 시절 교내 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뛰어난 문학적 소질을 보였다. ‘한국문학예술상’(2013년)을 수상했다.

-시적인 감수성이 도정에 도움 되는지.

“예를 들어 전주한옥마을 조성 과정에서 예술적 감수성이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2002년만 해도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30만명에 불과했는데 최근 3년간은 매년 1000만명을 넘어섰다. 세련된 도시문화에 비해 불편하고 뒤처졌다고 생각했던 전통적 생활공간이 이제는 사라져버린 따듯한 정서와 멋을 품고 있다고 달리 보는 듯하다. 특히 은행로와 실개천은 전통과 생태환경이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풍경을 선사하며 한식, 한지, 판소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도 인기의 한몫을 한다.” 

-도지사 연임이다. 보람과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확정으로 우리 도의 50년 숙원사업인 전북의 하늘 길을 열수 있게 됐다는 점이 보람 중 하나다. 앞으로 삼락농정을 기반으로 농생명산업을 육성하고 융복합 미래신산업을 키울 것이다.” 

-삼락농정은 무슨 말인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편농·후농·상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말로 농민, 농촌, 농업 세 가지가 즐거워야 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미래의 농업이 살아야 나라의 식량이 제대로 유지된다. 농업을 중시하는 정책을 편 결과 우리 도에선 농민 시위가 한 번도 없었다.”

송 지사는 인터뷰 끝으로 “우리 사회는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앞두고 노인부양비와 사회보장비 부담 증가로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어르신들이 생산적 기여활동을 통해 삶의 질이 높은 노후생활을 보내는 등  젊은 세대로부터 존경 받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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