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장관 후보자들의 절묘한 부동산 재테크
[백세시대 / 세상읽기] 장관 후보자들의 절묘한 부동산 재테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3.22 13:26
  • 호수 6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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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으로 속앓이를 하는 집주인들이 구청 세무과에 이렇게 문의한다고 한다. “국토부장관 후보처럼 증여하면 얼마나 절세가 될까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재테크 노하우가 회자되고 있다. 전북 익산 출신의 최 후보자(61)는 행정고시에 합격, 건설교통부 토지정책팀장, 국토해양부 제2차관, 전북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그의 아파트 재테크를 들여다보면 정부의 무능한 부동산 정책을 등에 업고  떼돈 버는 법이 눈에 띈다. 최 후보자가 처음 부동산 투기에 손을 댄 것은 국토부 공무원 시절. 그는 2003년 1월, 분당 자기 집이 있는 상태에서 재건축을 앞둔 잠실주공 1단지 아파트를 3억원에 샀다. 전세로 돌린 이 아파트는 잠실엘스로 재건축됐고 작년 최고가 거래액이 15억여원이다. 

최 후보자는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공무원 신분을 활용해 2016년 세종시 아파트의 복층 펜트하우스에 공무원 특별공급을 신청해 경쟁률 15대 1을 뚫고 당첨됐다. 이 아파트는 현재 웃돈이 2억~4억원이 붙었다. 

최 후보자는 “살고 있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말에 절치부심하다 절묘한 해법을 짜냈다. 바로 한 채를 털어 ‘1주택+1분양권 보유자’가 되는 것이다. 그는 가장 가치가 떨어지는 분당 낡은 아파트(84.78㎡)를 정리했다. 보통 두 채 중 한 채를 정리할 때는 거주하지 않는 것을 택하기 마련인데 그는 자기가 살던 분당 집을 택했다. 방법은 매각 대신 딸과 사위에게 절반씩 증여한 뒤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160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는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라는 난관을 피하고 이사도 하지 않는 ‘도랑 치고 가재잡고’식이다. 20여년 국가 부동산정책의 요직에 있으면서 터득한 부동산 재테크의 성과이다. 공시지가 인상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세무과에 최정호 후보자를 들먹이며 비책을 물어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정호 후보자는 3월 18일, “장관직이 되면 주택 시장에 대한 투기 수요 억제 기조를 유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주택 시장 불안이 재현되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한편 자원 배분 왜곡 등 국민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이렇게 적었다. 최 후보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에 대해서는 “실수요 내 집 마련을 어렵게 만드는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잠실엘스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2016년 5억3000만원에서 7억1000만원으로 올렸고, 이 기간 세종시 펜트하우스를 분양받아 계약금·중도금 4억1000만원을 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부동산 재테크에 부인이 앞장섰다. 진 후보자의 부인 정모씨는 2014년 6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토지(109㎡)를 10억2000만원(절반 대출)에 매입했다. 이 토지는 진 후보자의 지역구(서울 용산구) 안에 있으며 2009년 철거민 5명이 숨진 용산 참사현장에서 350m 떨어진 곳에 있다. 

사고 당시 공시지가가 20억5000만원이었으나 이후 인근 지역 재개발이 멈추면서 정씨가 매입할 때는 가격이 내렸다고 한다. 2016년 재개발 사업이 다시 진행됐고, 정씨는 135.38㎡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 2개의 분양권을 받았다. 분양권 가격을 합하면 약 26억원이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진 후보자는 2017년 12월 국회 정론관에서 “용산공원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자 명의로 분양 받은 아파트, 상가 인근에 공원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의원 신분상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제가 심각한 건 최정호·진영 장관 후보자들이 이 정부에선 장관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조각 때 중소벤처기업부 홍종학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며 “반대 많던 장관이 오히려 잘 한다더라”고 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임명 때도 문 대통령은 “인사 청문회 때 시달렸던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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