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로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 연임 실패… 재계 우려 씻어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로 대한항공 조양호 이사 연임 실패… 재계 우려 씻어야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3.29 11:04
  • 호수 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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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됐다. 이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갑질·위법 논란에 휩싸인 대주주의 경영권을 박탈한 첫 번째 사례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 투자가들이 큰 집의 일을 맡은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과 수탁자가 맡긴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 관리·운용한다는 지침이다. 조양호 회장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지난 27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연임에 실패했다. 

그동안 대기업 집단의 총수가 주주총회 표 대결로 경영권을 박탈당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이번 대한항공 주주총회 결과는 이례적인 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항공 정관 규정상 특별결의 대상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주주총회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인 66.7%의 찬성을 얻어야 가결된다. 하지만, 64.1%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부결됐다. 결국 조 회장은 주주들의 손에 밀려난 사상 첫 대기업 총수가 된 것이다. 

대한항공 주주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 특수관계인이 33.35%,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11.56%, 외국인 20.50%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 회장이 연임하려면 외국인과 소액주주 중 33.32%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해야 하지만, 국민연금 외에도 주요 의결권자문회사마저 반대에 나서며 대한항공이 이를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며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 침해 여부를 이유로 들었다. 조 회장 일가의 땅콩 회항 사건이나 물컵 갑질 사건 등과 더불어 조 회장이 대한한공 납품업체들로부터 196억원의 통행세를 수수하고, 회삿돈으로 자신의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을 지출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 센터장은 “좀 더 많은 기관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소액주주들도 전보다 훨씬 관심을 갖고 표 행사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스튜어드십 코드와 그것에서 기인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의결권 행사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달리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결과에도 주요 증권사들은 “이번 주총 결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 박성봉 연구원은 “조 회장이 직접 이사회 참석을 할 수는 없지만, 기존 이사회 멤버들을 통해 대한항공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기존 사내이사 3인을 유지하면서 조원태 사장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대기업 오너일지라도 기업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국민연금은 앞으로도 기업의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 편취, 과도한 임원 보수 등 다양한 사안에 주주권 행사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민연금은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반대 결정을 내린 데에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지속해서 주주권 행사를 시행하려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이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제대로 된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한 전문성을 길러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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