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영 대한노인회 세종특별자치시지회장 “천주교 신자지만 사찰 지원 받아 노인대학 졸업 가운 등 마련”
장 영 대한노인회 세종특별자치시지회장 “천주교 신자지만 사찰 지원 받아 노인대학 졸업 가운 등 마련”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3.29 13:08
  • 호수 6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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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세종문화원장 시절 택시 40대, 버스 2대 동원 노인 효도관광 시켜 

5월 지회 회관 리모델링 들어가… 200석 노인 무료식당 운영할 터

대한노인회에 이런 지회장이 또 있을까 싶다. 지회장이 되기 훨씬 이전인 50대에 택시 40대, 관광버스 2대를 동원해 어르신들을 매년 일일 관광을 시켜드렸다.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사찰의 지원을 받아 사각모와 가운을 마련해 노인대학 졸업사진을 근사하게 찍어주고 있다. 그뿐이랴. 조만간 지회 식당에서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할 예정이다. 장 영(74) 대한노인회 세종특별자치시지회장 얘기다. 

지난 3월 말, 세종시 조치원읍 전통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지회 사무실에서 장영 지회장을 만나, 일찍부터 시작한 봉사와 노인복지에 대한 열정을 들었다. 세종시지회에는 12개 분회, 478개 경로당이 있으며, 회원은 1만3500여명이다.

-세종시는 수도권 인구 분산 취지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지.

“그 이상으로 잘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도 내려오는 걸로 알고 있고 최근에는 국회와 청와대 일부 이전에 대한 예산도 확정된 것으로 안다. 전국의 아파트 녹지면적이 17%인데 반해 이곳은 53%이다. 공원 속에 아파트가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환경이 쾌적하고 생활편의시설도 잘 돼 있다.”

장 영 지회장은 이어 “현재 32만5600명인 세종시 인구가 곧 50만, 60만명이 된다. 경로당도 늘고 있다. 어제도 경로당 개소식을 했다. 작년 4월, 지회장으로 부임했을 때보다 경로당이 70개가 늘었다. 600개가 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연기군이 세종시가 됐다. 

“세종시는 연기군을 포함해 청원, 공주 일부를 차지한다. 이미 고려시대에 최적의 도읍지로 거론된 바가 있다. 고려 충렬왕 14년, 몽고군이 몰살당해 사체가 금강변 30리에 이르도록 쌓였다는 사실이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돼 있다. 제가 세종문화원장으로 있던 당시 국사편찬위원회 고증을 받아 국난 극복의 성지를 기념하는 연기대첩비를 고복저수지군립공원에 세웠다.”

-노인복지 사정은 어떤가.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의 복지시설이 있다. 바로 읍·면·동에 하나씩 들어서는 복합커뮤니티센터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이용할 수 있는 복합적인 시설이 현재 9개동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 중 만 60세 어르신들이 이용할 수 있는 노인문화센터는 세종시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세종시지회가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 2명을 파견해 탁구, 당구, 요가 등 다양한 프로그램 보급 및 회원 관리를 하고 있다.

-경로당 대신 센터를 더 많이 이용하는 현상이 생기겠다.

“경로당에서도 지압, 안마, 노래교실 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 강사 수는.

“노인대학, 경로당, 노인문화센터에 총 54명의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경로당 형태는.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은 자연부락 경로당이 더 많다.” 

장 영 세종시지회장은 중등학교 교사, 세종문화원 원장을 지냈다. 조치원읍 분회장, 세종시지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지난해 지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현재에 이르렀다. 26년간 세종시 법원 민사조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정 성공률이 90%에 달한다.

-최근 합의를 본 민사조정신청 건은.

“세종시 땅값이 오르자 재산 상속과 관련한 소송이 많다. 며칠 전 제사에 무심했던 남매와 장남 간에 10억원대 유산 다툼이 벌어져 민사조정을 신청한 경우가 있었다. 제사를 지내온 장남에게 그간의 수고를 인정하는 위로금을 떼어주고 향후 제사 비용을 산정해 공동명의로 적금을 들고 나머지를 나눠 갖는 방향으로 조정을 하자 가족 모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랐다.”

-세종문화원장 시절 에피소드라면.

“14년간 문화원장으로 있으며 일제 강점기로 인해 단절 됐던 역사, 문화를 되살리는 작업을 했다. 녹음기 들고 마을마다 찾아다니며 미담, 전설을 채취하고 역사적 인물들을 발굴해 ‘연기의 향기’, ‘연기이야기’ 등 20여권의 책을 펴냈다. 박팽년의 출생지가 이곳이고 역적으로 몰린 성삼문의 후손이 3대 멸족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했다는 사실도 책에 적었다. 도마다 다른 제사 형태를 하나로 통일해 책으로 만들자 여기저기서 책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은 일도 있다. 어르신들 관광도 시켜드렸고 그런 일련의 봉사를 인정받아 문화훈장 화관장,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장 영 세종특별자치시지회장(앞줄 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장 지회장 왼편이 김은희 사무국장.
장 영 세종특별자치시지회장(앞줄 가운데)이 직원들과 함께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장 지회장 왼편이 김은희 사무국장.

장 지회장은 노인 관광 때 감동 받은 일을 소개했다. 장 지회장은 문화원 버스 두 대와 택시 40대에 어르신 230여명을 태워 수안보 관광을 시켜주었다. 그때 할머니가 다가와 ‘평생 농사만 짓다가 생전 처음 관광버스 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온천도 시켜줘 너무 고맙다’며 5000원을 장 지회장의 손에 쥐어주었다. 장 지회장은 ”그 순간 감동을 받았다. 과거 어르신들이 호강 한 번 못 받고 어렵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열심히 노인을 위한 행사도 하고 노인회 일도 도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선행을 알고 있는 노인회장의 권유로 거주지인 조치원읍 충현로 욱일아파트경로당 회장이 됐다. 경로당 회장 시절에도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격려와 함께 후원금, 후원물품을 지원받았다. 

-지회장 선거 당선 비결이라면.

“조치원중학교 체육교사로 검도·배구·축구 등 많은 선수를 육성했고 라이온스클럽 초대회장, 경로당 회장을 하면서 쌓은 선행과 봉사를 인정받았다. 특별히 시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아 한궁, 그라운드골프, 게이트볼, 파크골프 등 노인체육 종목을 활성화시켰고 그로 인해 많은 지지를 얻은 것 같다.”

-지회장 임기 1년의 업적이라면.

“사회·공익형 일자리, 재능나눔활동, 민간취업 등 어르신일자리 1,600개를 만들었다. 지회 회관 리모델링을 빼놓을 수 없다. 30억원의 시 예산을 들여 현재 3층인 건물을 4층으로 올린다. 5월에 공사가 들어가며, 1층은 사무실, 2층은 200명을 수용하는 무료식당, 3층은 프로그램실, 4층은 노인대학과 공연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24인승 엘리베이터 2대를 설치해주기로 했다. 지회 옆 유휴지 80평을 주차장 겸 ‘반짝 장터’로 사용하려고 한다.”

-지회의 무료식당 운영은 드문 경우다.

“세종시지회에 가면 따듯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다는 말을 기대한다. 특히 홀몸 어르신들은 끼니를 거르기 일쑤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다. 시장이 식대를 받으라고 해 제가 제안을 했다. 식당에 상자를 하나 갖다놓고 (밥값을)내고 싶은 사람은 원하는 액수를 넣자는 것이다. 가진 노인이 우연찮게 빈손으로 왔다가 공짜로 밥을 먹고 나중에 큰돈을 넣을 수도 있다. 처음에 의아해 하던 시장도 제 말에 수긍하더라.”  

-세종시장이 협조를 잘 해주나 보다.

“노인회가 부탁하는 일은 무엇이라도 들어주신다. 시장이 개인적으로 천주교 모임 회장인 저에게 신앙보증인을 서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그동안 노인대학 졸업식 때 무주 우정연수원에서 가운과 사각모를 빌렸다. 최근 조치원읍에 있는 산신암(김향란 주지스님)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사각모와 가운 50벌을 장만할 수 있었다. 사찰 행사에 축사도 해주고 증축 때 유지를 통해 도움을 주어 가능했다. 어르신들이 사각모 쓰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 대부분 여행 가서 찍은 작은 사진을 확대해 영정사진으로 쓰는데 볼품이 없다. 가능하면 세종시 노인 모두에게 사각모, 가운 차림의 영정사진을 찍어드리고 싶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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