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창간 13주년] 박원순 서울시장 특별 인터뷰 “노인무임승차 나이 상향, 이동권 보장 측면 신중히 다뤄져야”
[백세시대 창간 13주년] 박원순 서울시장 특별 인터뷰 “노인무임승차 나이 상향, 이동권 보장 측면 신중히 다뤄져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9.04.05 11:02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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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오현주기자]

시 미세먼지 대책… 노인복지시설 공기청정기, 공기정화설비 보급

노인회 행사에 꼭 참석… ‘서울시 맏아들’ 자처하며 큰절 감동 줘

“어르신복지시설에 보건용 마스크를 배치해 놓아 긴급히 쓸 수 있게 했다.”

 박원순(63) 서울시장은 백세시대 창간 13주년 기념 특별인터뷰에서 미세먼지로부터 노인을 보호하는 시 차원의 대책을 이같이 소개했다. 박 시장은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비를 투입해 서울시 노인복지시설에 공기청정기, 공기정화설비를 보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지하철 적자 요인 중 하나가 노인무임승차 때문이라며 노인 나이를 65세에서 70세로 올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인무임승차제도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노인의 이동권 보장의 측면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이 46.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무임승차 제도를 풀기 위해선 어르신 복지에 대해 사회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투자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즉,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 논쟁을 넘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동 책임과 역할이 논의되고 법 제도 정비에 관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합의가 먼저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밖에 노인 나이 상향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박 시장은 ‘노인 나이 상향 조정 공론화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서울 시민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노인 연령을 우회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이며 초고령 사회 진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 역시 40년간 고정했던 65세의 노인 연령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2018년 노인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가 생각하는 노인기준연령은 평균 72.5세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2016년 같은 설문조사에서 71세로 대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1.5세가 늘어났다. 

박 시장은 “노인 나이 역시 기초연금, 도시철도 경로우대 혜택 등 복지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 속에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대한노인회 행사에서 자주 뵙는다.

“노인회 행사라면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울시 큰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큰절을 올리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서울시의 모든 어르신들이 제 부모님이다. 격동의 근현대사를 겪고 오늘의 서울,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어르신들’은 우리세대가 존중해야 할 역사이다. 큰아들이라며 절을 드리는 것은 기성세대(부모)와 미래세대(손자)를 잇는 중간세대로서 기성세대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뜻이다.”

박원순 시장은 “노인이 된다는 것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가 고스란히 생애에 새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름은 삶의 나이테일 뿐이며 나이듦은 인생이 건네는 지혜이다. 노인을 존중하고 삶의 지혜를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 도시가 품격 있는 사회일 것이다. 천만시민의 도시 서울은 그런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회 행사에서 부모님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나.

“저희 아버지 어머니는 가난한 농부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농부는 하늘을 상대로 사기 치지 않는다’며 늘 성실하게 일하셨다. 자식에게 각별하셨고 세상에 후덕한 분이셨다. 녹록치 않은 살림이었지만 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낸 적이 없다. 한 명의 거지도 그냥 보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가난한 살림에도 밥 한 끼 나누는 정이 일상이었다.”

-부모님에게 받은 영향은.

“제가 사회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나와 우리를 생각하는 삶의 태도는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부모님은 저에게 항상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라’, ‘세상을 널리 보라’고 말씀하셨다. 비단 저희 부모님뿐만 아니라 그 세대의 모든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땀 흘리고 희생해 우리나라를 이만큼 성장시켰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나왔다. 서울대 사회계열을 중퇴하고 단국대 사학과를 나왔다.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를 하다 변호사가 됐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2011년부터 제35·36·37대 서울시장 3선 재임 중이다.

-서울시 노인복지정책 철학은 무엇인가.

“한 나라의 노인 정책은 복지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건강상태도 높아지면서 노년의 사회적 활동 욕구도 왕성해졌다. 새로운 시대와 변화의 흐름에 맞게 노인 정책도 변화해가야 한다. 안전하고 행복한 노후가 되도록 사회적 고립과 빈곤 문제, 세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문화, 복지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정책을 수립했다.”

서울시는 50플러스캠퍼스센터와 시니어클럽을 설립해 인생 2막의 준비와 일자리 지원을 하고 있다. 어르신 복지문화복합시설을 비롯 동네 경로당부터 노인종합복지관, 요양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의 안전 문제와 정서적 외로움을 살피기 위해 IoT활용 및 이웃살피미 등 어르신 돌봄 체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서울의 미세먼지로 인해 노인 피해가 크다고 한다.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노인과 아동 등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시는 미세먼지 관련 안내방송과 문자발송 등을 통해 미세먼지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환경을 개선해가고 있다.”

-노인인구 1000만시대가 코앞이다.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노인상이라면.

“길어진 수명만큼 나이 대에 따른 고정관념도 바꿔가야 할 때이다. 경험은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삶의 지혜는 깊어진다. 어르신의 식견과 경험이 지역사회 소통의 바탕이 되고 전 세대가 서로 돕는 사회의 연결고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시장도 조만간 노인이 된다.

“저도 50플러스세대이다. 노인도, 어르신도 아닌 ‘어중간한’ 나이가 됐다(웃음). 어린아이부터 젊은이, 중년세대까지 모든 세대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행동하는 ‘어른’이고자 스스로 깨우치고 있다.”

-시니어 신문 ‘백세시대’가 창간 13주년을 맞았다. 덕담을 해준다면.

“일본이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24년이 걸린 것에 비해 한국은 일본보다 6년을 더 앞당겼다. 위기의 고령사회로 가지 않기 위해 사회는 준비해야 한다. 고령의 삶을 조명하는 노인전문매체인 ‘백세시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백세시대는 창간 후 13년간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라는 새로운 노인상을 제시하며 고령화문제를 다뤄왔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사회와 연결하고 삶의 현장에서 드러난 노인 문제들을 대변하는 언론 매체로서 더욱 왕성하게 활동할 것을 기대한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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