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속담 성어 1]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
[아하! 속담 성어 1]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
  • 김순근 기자
  • 승인 2019.04.05 11:24
  • 호수 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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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위에 몸통 오래 걸쳐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 빗대

구렁이는 담을 넘을 때 움직임이 없는 듯하다 순식간에 넘어간다. 사진은 애니매이션 전문채널 애니원TV의 ‘꼬꼬 속담 과학수사대’의 한 장면.
구렁이는 담을 넘을 때 움직임이 없는 듯하다 순식간에 넘어간다. 사진은 애니매이션 전문채널 애니원TV의 ‘꼬꼬 속담 과학수사대’의 한 장면.

흔히 무슨 일을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은근슬쩍 지나가려 할 때 ‘구렁이 담넘어 가듯 한다’라고 한다. 국어사전에는 일을 분명하게 처리하지 않고 남이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얼버무리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해 놓았다.

구렁이는 사람과 가장 친숙한 뱀이다. 독이 없는데다 주로 지붕과 부엌 등에 살면서 집안의 쥐를 주로 잡아먹어 이롭게 여겼다. 일부 지방에서는 부엌을 지키는 조앙신으로 믿어 구렁이가 집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다시 안으로 들어가라며 두손 모아 빌었다.

구렁이가 담을 넘는 이유는 먹이 부족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구렁이가 아무 담이나 넘는 건 아니다. 돌로 투박하게 쌓은 돌담이다. 구렁이가 담을 넘어갈 때 담장 위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린뒤 담 너머로 넘어간다. 이어 몸통이 담장위에 걸쳐 곧 꼬리가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쳐다보면 하세월이다.  거의 20~30분 이상씩 몸통을 담장에 걸친 채로 있다. 웬만한 사람들은 이쯤에서 지쳐 눈을 돌리기 일쑤다. 그래서 구렁이가 담을 완전히 넘어가는 모습을 본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마지막 꼬리가 넘어갈 때는 전광석화같다. 몸체의 대부분이 담 너머로 내려간 상태여서 가속도가 붙어 꼬리부분은 순식간에 담너머로 사라진다. 지루할 정도로 오랜 시간 미동없이 몸통만 걸쳐있던 것과 대비돼 더욱 재빠르게 느껴진다. 구렁이가 마치 자신의 행동을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 술책을 부린 것처럼 생각돼 상대가 모르게 은근슬쩍 넘어가는 행동을 빗대는 말이 됐다.

김순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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