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차가운 돌의 심장에도
꽃이 피고 붉은 피 돌게 하는
아무리 차가운 심장을 가진 사람도 사랑 앞에서는 더없이 부드러운 사람이 되고 천하 없는 장사라도 무너뜨릴 수 있다. 사랑이 지닌 이 어마어마한 힘 앞에서 그 어떤 이가 굴복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망망대해에 떠도는 삶이라도 그대만 있다면 그곳이 천국이 되고 그 어떤 풍랑도 무섭지 않을 것이다.
키스를 통해 전해지는 것이 어디 체온뿐이겠는가. 마음과 마음이 겹쳐지고 앞으로 함께 할 모든 날들이 겹쳐진다. 그 순간, 한숨은 반이 되고 기쁨은 몇 배가 되게 하는 위대한 마법, 사랑! 그런데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사랑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아니, 사랑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이 사랑이, 이 사람이 진짜일까? 변하는 건 아닐까? 의심하는 사이 사랑은 멀리 달아나고 없다. 그러니 그 순간만큼은 의심 없이 사랑을, 아니 사람을 믿어야 한다. 무얼 망설이는가. 설사 나를 배신하는 날이 오더라도 그때는 그때이니 오늘 사랑을 만끽하자.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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