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창간13주년]노인건강대축제 등서 주목받는 여성어르신 3인의 운동비결
[백세시대 창간13주년]노인건강대축제 등서 주목받는 여성어르신 3인의 운동비결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9.04.05 13:15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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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 즐기는 마음으로 하면 운동이 재밌어요”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배드민턴 3차례 우승한 김순옥 어르신, “승부욕 버려야만 오래 즐겨”

게이트볼계 스타 오태심, 한궁 최강자 원정숙 어르신 등도 ‘놀이’ 강조

전국노인건강대축제 배드민턴 여자복식 부분에서 3회 우승한 김순옥 어르신.	사진=조준우기자
전국노인건강대축제 배드민턴 여자복식 부분에서 3회 우승한 김순옥 어르신. 사진=조준우기자

“이기려는 마음을 놓으니 건강이 보이네요.”(전국노인건강대축제 배드민턴 여자복식 3회 우승자 경기연합회 김순옥 어르신)

“저는 운동을 한 적이 없어요. 친구들이랑 놀았을 뿐이에요.”(전국노인건강대축제, 전국노인게이트볼대회 우승 전남 여수시지회 오태심 어르신)

“틈틈이 즐기는 게 오래하는 비결이라고 할까요.”(전국노인건강대축제 한국 여자 개인전 2회 우승자 충북 충주시지회 원정숙 어르신)

대한노인회 전국노인건강대축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운동을 꾸준히 하는 비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세 어르신들은 건강을 위한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즐기는 것’이 최고의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17개 시도 만 10세 이상 국민 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생활체육 참여율이 처음으로 남성을 추월했다. 특히 한때 50%를 밑돌았던 70대 이상 여성어르신의 체육활동 참여율이 60%(59.2%)에 육박하면서 여성 어르신 10명 중 6명은 주 1회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건강대축제에서 매년 두각을 나타내는 어르신들은 공통적으로 주 5일 이상 운동을 하면서 50대에 뒤지지 않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순옥 어르신은 중학교 1학년 시절 배드민턴 라켓을 처음 쥔 후 중앙대 재학시절 대학선발로 국제대회에 나갈 정도로 실력자였다. 이후에도 경남도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며 틈틈이 학생들을 지도하던 그는 결혼과 함께 라켓을 놓았다. 김 어르신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생활을 해서 운동을 꿈도 꾸지 못했던 시절”이라며 신혼시절을 회상했다.  

이후 1998년 수원으로 이사를 오고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그는 본능적으로 다시 체육관으로 향했다. 전성기보다는 덜 날렵하지만 기본기가 탄탄했던 김 어르신은 지역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배드민턴을 가르치는 등 꾸준히 운동을 이어갔다. 

현재 김 어르신은 매주 월‧수‧금은 수원 만석공원 배드민턴전용경기장에서 개인 연습을 하고, 화‧목‧토는 한 아파트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배드민턴 강습을 진행한다. 지난 3월 29일 만석공원에서 만난 김 어르신은 수원시청 선수들 틈 사이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십수년간 생활체육으로 실력을 다진 어린 아마추어 강자들과 시종일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정도로 여전한 실력을 뽐냈다. 

김 어르신은 다시 라켓을 잡고 20년 이상 운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경쟁심을 버린 것을 꼽았다. 그는 “가르치는 학생들 중 포기하는 사람의 90%는 강한 승부욕 때문이었다”면서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면 운동은 고통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 어르신 역시 승부욕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이상 20~30대처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수긍하고 난 뒤 코트 안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겁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잘한다는 생각보다는 느리더라도 평생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해야 오랫동안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운동 유경험자인 김 어르신과 달리 오태심 어르신과 원정숙 어르신은 60세가 넘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집안 살림과 농사, 틈틈이 걷는 게 운동의 전부였던 두 사람은 지인의 추천으로 각각 게이트볼과 한궁을 시작한다. 

지난해 노인건강대축제 결승에서 오태심 어르신(우측 파란모자)이 스틱으로 쳐낸 볼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노인건강대축제 결승에서 오태심 어르신(우측 파란모자)이 스틱으로 쳐낸 볼을 바라보고 있다.

2002년부터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게이트볼장으로 향한다는 오태심 어르신은 주변에서 자신을 생활체육인으로 부르는 것이 부끄럽다고 했다. 그는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는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한 번도 운동을 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한다. 오 어르신은 “지금도 한 게임하러 나간다고 말하지 운동하러 다녀온다고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게이트볼 놀이’ 덕분에 건강도 되찾았다. 30대부터 잔병치레로 고생했던 오 어르신은 거의 매일 게이트볼을 하고 난 뒤부터는 감기조차 잘 걸리지 않게 됐다고 말한다.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동년배들과 비교하면 월등한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눈다고 생각하니 매일 매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원정숙 어르신 역시 운동은 즐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로당 회장의 추천으로 한궁을 시작한 그는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경로당 회원들과 맹연습을 하다 푹 빠진 케이스다. 전국노인건강대축제에서 개인전 우승을 덜컥 거머쥐자 감동한 딸이 그에게 한궁세트를 선물한 뒤로는 집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한궁은 구기종목 등에 비해 다소 정적인 운동이라 큰 힘이 들것 같지 않지만 표적을 바라보고 한 핀 한 핀 집중해서 던져야 하므로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크다. 원 어르신 역시 “1시간을 하고 나면 땀으로 흠뻑 젖어 옷을 갈아입어야 할 정도”라고 말한다. 

이런 효과로 인해 원 어르신은 매일 30분 이상 꾸준히 한 결과 살도 찌지 않고 건강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친구들 대부분이 당뇨와 고혈압 등 시달리는 것과 달리 원 어르신은 건강검진 외에는 병원에도 거의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원 어르신은 한궁이 고스톱보다도 훨씬 재미있다고 말한다. 그는 “점수가 잘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는데 이를 사람의 인생이라고 여기면 그 자체가 재미있어진다”면서 “한궁이 보급된 경로당이 많으니 주저하지 말고 즐겨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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