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창간13주년] 외래진료만 전문으로 하는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탐방
[백세시대 창간13주년] 외래진료만 전문으로 하는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탐방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9.04.05 14:03
  • 호수 6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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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개인정보 보호 위해 이름 대신 ‘고유번호’ 사용

[백세시대=이수연기자]

사람들로 북적대던 병원… 별도 외래 공간 설립해 환자들 “숨통 트여”

노란 조끼의 봉사자가 안내…의사 지시사항, 앱으로 다시 볼 수 있어

서울대병원은 지난 2월부터 독립된 외래병동인 ‘대한외래’를 열었다. 쾌적한 실내에 카페 같은 분위기의 이 병동은 지하 2~3층에 진료실이 위치한다.  	사진=조준우 기자
서울대병원은 지난 2월부터 독립된 외래병동인 ‘대한외래’를 열었다. 쾌적한 실내에 카페 같은 분위기의 이 병동은 지하 2~3층에 진료실이 위치한다. 사진=조준우 기자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 모 어르신(85)은 한 달에 한두 번 외래 진료를 받으러 서울대 병원을 찾는다. 최근에는 백내장 때문에 안과 진료를 받으러 오고 있지만, 노화로 인한 질병이 잦아 여러 과를 전전하며 서울대병원만 햇수로 3년째 다니고 있다. 이 어르신은 “이전까지는 워낙 사람이 많은데다 공간이 좁아 대기하는 시간이 더 무료하고 힘들었다”며 “여전히 사람은 많지만 한층 쾌적해져 좋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오랫동안 이용한 환자들은 독립된 외래 건물에서 “숨통이 트인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일산에 사는 오 모 어르신(80)은 “이전에는 사람들에 치여서 걷는 느낌”이었다며 “넓어지니까 기다리는 시간도 여유롭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외래 진료만을 위해 방문하는 환자가 하루 평균 9000여명이다. 여기에 환자와 함께 오가는 보호자들까지 합치면 1만여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에 서울대병원은 외래 환자와 보호자의 편의를 위해 독립된 외래병동을 건립했다. 2018년 말 준공되었고, 올해 2월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3월 22일 방문한 서울대병원 대한외래 건물은 외래 진료를 위해 대기하는 사람도, 진료를 받는 사람도 여전히 많았지만,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노란 조끼’ 찾으면 길 안내 받아

서울대병원 대한외래는 서울대병원 본관 앞쪽 지하 공간에 건립됐다. 지상 1층~지하 6층 규모로 지상 1층은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이 설치되어 있다. 지하 1층은 음식점‧커피숍‧푸드코트 등 각종 편의시설과 휴게공간이 입점해 있고, 지하 2~3층은 외래 진료실과 채혈실 등이 자리 잡았다. 지하 4~6층까지는 지하 주차장이다.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환자들은 ‘방문할 과’에 따라 대한외래, 본관, 암병원, 어린이병원으로 나누어 방문할 수 있다. 성형외과, 흉부외과,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내과와 외과, 장기이식센터, 신장비뇨의학센터, 정신건강의학과를 이용할 외래 환자는 대한외래를 이용하고, 정형외과나 재활의학과, 신경과 환자는 본관을, 암 환자는 암병원, 어린이 환자는 어린이병원을 이용하면 된다.  

기존과 달리 넓은 여유 공간에 편안함을 느끼는 환자도 많았지만, 이용하던 곳과는 완전히 달라져 당황하는 환자도 많았다. 내과 진료를 받기 위해 남편과 함께 찾았다는 허 모 어르신(70)은 “안내요원이 없었으면 많이 헤맸을 것”이라며 “아직은 복잡해서 힘들다”고 말했다. 

표지판이나 안내 문구 등이 있어도 새로운 건물이 아직 낯설기 마련이다. 이에 층마다 에스컬레이터 옆에는 노란 조끼를 입은 안내 봉사자들이 고정으로 배치되어 있다.

‘대한외래’는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 대신 고유번호만을 사용한다. 사진은 번호만 뜨는 진료대기실의 모습.
‘대한외래’는 환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 대신 고유번호만을 사용한다. 사진은 번호만 뜨는 진료대기실의 모습.

◇‘이름 없는 병동’ 표방

진료 환경뿐만 아니라 접수 과정과 시스템도 기존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대한외래를 개원하며 ‘이름 없는 병동’을 표방했다. 이는 병원 내 어디에서도 진료 환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보통 진료를 받을 때 외래 환자는 외래 진료 환자가 병동에 도착하면 무인접수기를 통해 접수증을 발급받는다. 접수증에는 환자의 이름과 ‘당일 고유번호’가 적혀 있다. 당일 고유번호는 알파벳 한자리와 숫자 네 개가 더해진 것으로 ‘A0000’과 같은 방식으로 쓰였다. 

환자는 그날 하루만큼은 이름 대신 ‘고유번호’로 불린다. 이는 환자가 동명이인일 때 혼란을 방지하고,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질병에 걸렸을 경우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은 “‘개인정보’ 자체가 자산이 되는 시대”라며 “처음엔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점차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르신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아 혼란을 주기도 했다. 안과 대기 공간에서는 자신의 고유번호가 불려도 알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간혹 있었다. 김모 씨(66)는 “잘 외워지지 않아 몇 번이고 종이와 화면을 번갈아 봐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에 걸린 것을 숨기고 싶어 하던 환자들에게는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은 “혼란스러운 과정이 지나면 자리 잡힐 수 있을 것”이라며 “불편한 분이 없도록 계속 설명하고, 안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음성은 문자로 변환돼 추후 확인 

이 밖에도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접수 기록과 진료 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한 후 스마트폰에서 ‘SNUH myCare’ 앱을 다운받으면 자신의 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어르신 혼자 진료를 받으러 갈 때 가족들이 어르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안다면 진료기록과 주의사항, 의사의 지시사항 등을 모두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음성인식 솔루션’을 활용하면 진료를 볼 때 의료진이 강조한 지시사항과 주의사항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은 “외래 진료 시 당부한 중요사항이 글자로 변환 돼 입력되면 담당 의사가 다시 확인한다”며 “의사가 확인한 내용은 모바일 앱을 통해 환자가 다시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수연 기자 sy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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